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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양의 입구에 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나면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2-27 15:23:50
이 글을 만날 시점이 되면 저는 이제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을 떠납니다. 정확히 2년을 채우고 떠나는 것이죠.

퇴사 계획이 결정된 것을 알고 준비하는데 2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새 직장을 구하려고 나름대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개발원에 있는 직업재활부 일자리개발팀장님과 직업재활팀의 경험 많은 직원의 소개로 여러 가지 일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는 곳들을 접촉할 준비도 하고 있고, 3월이 되면(2월 26일부로 끝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본격적인 새 직장 구하기 전쟁에 들어가게 됩니다.

개발원은 저에게 첫 직장이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제가 입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학 입시 때 면접을 봤던 대학에서 죄다 면접 단계에서 탈락하는 비극을 맛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면접에 대한 공포도 느꼈습니다. 면접시험의 비극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개발원 입사 면접이 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합격한 면접시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별의 별 일 다 봤습니다. 그동안의 생활 리듬을 직장인 체질로 바꿔야 하는 것이 큰 고역이었습니다. 초반 2주에서 한 달 정도는 신체적인 피로나 컨디션 조절로 애를 먹은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 의사의 조언을 받아서 이 문제는 다행히 해결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업무에 익숙해지는 시기였습니다. 주간업무 보고서를 처음으로 쓸 때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첫 회의 때 했던 멘트도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처음이라서 일단 상시로 하는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였습니다.

개발원에서 이런 일도 해보고, 저런 일도 해봤습니다. 사무 지원부터 연구 프로젝트 참여까지 넓었습니다. 단점도 있었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꼬이거나 건망증이 드러나는 현상이 간혹 있었습니다.

첫 해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업무도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 기업에서 말하는 총무, 회계 이런 식으로 재단하기에는 매우 어려웠습니다.(결국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워서 저조차 이직을 앞두고 어디에 지원해야 한다고 쓸 수 없네요.)

언론 동향 모니터링 업무는 처음부터 있었고, 그 뒤에 부서 내 자료실 관리도 맡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출 보고서 작성으로 완성되는 자료 구매 마무리는 좀 뒤에 넘겨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흐르면서 ‘직장인 사춘기’도 일찍 찾아왔습니다. 그 이후에 업무의 사기가 조금 낮아지는 등의 부적응이 있긴 했지만 나름 열심히 일했고, 그렇게 잠깐의 부적응이 가시나 했더니 2차 재계약은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이별을 앞두고 그동안 친했던 동료들과 같이 송별의 점심식사를 몇 번 했습니다. 그 중 다른 부서의 친한 직원은 제 직무 특성의 일부는 입사 초년기 직장인들의 숙명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폐성 장애인들이 일하는 곳에 대해 들었다면 아마 제 일은 매우 특이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사무실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들릴 만한 일입니다.

나중에 자폐성 장애인이 사무직으로 잘 정착한다면 지금 제 방 한편에 놓여있는 “자폐인의 성공적인 고용을 위한 안내서”의 번역본(원본은 미국 책입니다.)처럼 자폐인의 직장인 생활에 대해서 한번 써보려고 했던 꿈도 잠시 중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회입니다. tvN 방송 당시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던, 원작부터 화제였던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도 결국 작은 회사이기는 하지만 새 자리를 찾았듯이(다만 듣자하니 원작의 시즌 2에서는 새로운 갈등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것은 작가 윤태호 화백의 펜 끝으로 나올 이야기로 기대를 대신합니다.) 저도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어디론가 새로운 발길을 내딛게 되겠지요.

"지용샘, 한 해 동안 고생했어요. 오늘 기다린 소식이 아니었겠지만 지용샘이 더 큰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새해를 당찬 모습으로 맞이하기 바랍니다. 지난 2년 동안 함께 한 시간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이 메시지는 제 첫 상사이자, 전임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이었던 최복천 전 센터장이 퇴사 통보를 받고나서 몇 시간 뒤에 제게 보내준 내용입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 1학기 교양 철학 시간에 중간고사 대체 에세이를 작성해오라는 숙제를 했습니다. 문제는 “나의 철학적 쟁점”이었고, 제 답안지의 에세이는 “대양을 향해서”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그 때 썼던 마지막 문장을 한 번 옮겨봅니다.

“지금 나는 대양의 입구에 서 있다. 대양에서 나아갈 키를 잡지 못했다. 대양의 입구에서, 어느 입구로 들어갈 것인가? 나는 대양에서 헤매고 싶지 않다. 대양에서 헤맨다면, 그 때 나는 죽은 목숨이 되어 있으리라.”
지금 당장 제가 오늘을 예상하면서 쓴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 새로운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든 제 이야기나, 새로운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일, 곧 시행될 발달장애인법에 대한 발달장애인 시선에서의 분석 등 더 많은 이야기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년 동안 함께 해줬던 개발원 동료 여러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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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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