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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한참 먼 장애인의 고향 가는 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2-24 18:57:36
설 연휴 때 고향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사시는 아버지 댁에 다녀왔다. 동생네 승용차를 타고 갔다. 동생네 차는 일반 승용차다. 때문에 그 차를 타려면 나를 안고 승용차 좌석에 앉혀 주어야 한다. 전동휠체어는 당연히 집에 두고 가야하고 수동휠체어도 동생네 짐이 많을 땐 가져가지 못한다. 달랑 몸만 가는 것이다. 진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바로 전날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이동권을 요구하는 집회가 있었다. 민족의 명절이라는 설날과 추석에 고속버스터미널은 귀성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항상 붐빈다. 당연히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파 속에 장애인은 없다. 그 많은 시외버스나 고속버스 중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동편의증진법) 제3조에는 ‘교통약자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고속버스터미널 어디에도 이동편의증진법 제3조의 당연히 있어야할 권리는 실종상태다.

동생은 차를 타고 가면서 “형 내가 광주시청에 알아봤는데, 거기서도 콜밴(장애인콜택시를 동생은 이렇게 부른다)을 운행하다고 하는데, 서울까진 안 가고 아파서 불렀을 때만 서울에 있는 병원에만 갈 수 있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전날 있었던 서울의 고속버스터미널 이동권 집회를 인터넷을 통해 봤던지 그게(저상버스)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다. 15년 전, 우리는 장애인이동권투쟁을 시작했고 가열차고 빡쎈 투쟁을 통해 왠만큼의 이동의 권리와 법조항을 쟁취했었다. 그리고 15년 후, 지금 우리는 또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할 권리를 외치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어떤 방법을 써서든 들어줘야 한다. 이미 법에 명시되어 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부가 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하다못해 최소한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시외버스와 광역버스에서 저상버스 얼마를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투쟁만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10년 전, 투쟁으로 법을 만들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이 법조항에는 특별교통수단의 조항도 들어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각 지역마다 장애인콜택시가 생긴 것이다. 우리 장애계가 진정 설과 추석에 교향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장애인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위와 같은 투쟁과 병행해서 또 다른 대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 각 지에서 운행 중인 장애인콜택시를 설과 추석과 같은 명절에 시외버스 대체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

장애인콜택시(장콜)는 이미 서울을 비롯한 인천, 대전, 광주, 부산, 대구 등 광범위하게 운행되고 있다. 이러힌 장콜들은 대부분 그 지역 내에서만 운행되고 있다. 거의 시 단위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콜들을 설과 추석에 한해서만 지역과 지역을 넘나들게 한다면 장애인의 고향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대안일 뿐이다. 교통약자들의 진정한 이동의 권리가 보장이 되기 위해서는 전국 각 지의 고속버스터미널 속 수많은 사람들 속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버스를 타야한다.

그 버스를 기다리며 휠체어 손잡이 가득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선물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고향행 버스를 탈 마음에 설레는 기분을 우리 장애인들도 하루빨리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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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정혁 (jh7009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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