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통해 배우는 ‘농문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그 나라만의 문화를 배우고 살아가는 만큼 나도 ‘수어’를 만나 ‘농문화’를 배워가고 있다.

아직은 완벽하게 습득한 것은 아니지만 그 ‘문화’를 통해 웃고 울었던 날이 많았다.

내 호적상 이름 외에 ‘얼굴 이름’이 생겨나고, 스마트폰에는 ‘영상통화’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청인’이라면 전화 한통이면 충분할 것을 우리 ‘농인’은 서로의 대화를 더 ‘선명한’ 화질로 보겠다고 추천할 때마다 무조건 설치해보게 되는 문화적 유행이 아닐까 싶다.

내 ‘얼굴 이름’은 호적상 이름 ‘샛별’의 뜻을 본따 ‘새벽’이라는 수어에 ‘여자’의 수어를 합친 이름이다.

만나는 농인에게 내 얼굴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참 특별한 이름’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농인들의 얼굴 이름은 얼굴에 위치해 있는게 대부분이다. 어느 농인은 왼쪽 눈에 점이 있다고 하여 그 위치대로 표현하고, 또 다른 농인은 입술 옆에 점이 있다고 하여 그 위치대로 표현하는 것처럼 얼굴의 특징을 살려서 자기를 드러내는 문화가 있다.

자신의 영문 이름을 본딸 수 있고, 머리가 곱슬머리라고 곱슬거리는 모양대로 표현할수도 있는 것처럼 농인마다 자신의 개성을 잘 가지고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 수어’도 그만큼의 문화를 깊이 가지고 세상에 빛을 내어 우리 농인들의 마음을 잘 대변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늘 가지고 있다. 우리 농인의 언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변호사’격인 ‘수화통역사’이라는 직업도 있다.

변호사는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그 밖의 법률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국어사전에서 풀어내고 있다.

‘한국수어법’이 제정되거든 수화통역사도 그만큼의 역할을 부여받으며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농인의 언어는 시각 및 동작체계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수화통역사는 농인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 보아야 한다.

얼마나 그동안 답답했고 속상한 일이 많았는지를 귀기울여 보고, 그 마음을 정직하게,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진 수화통역사가 더욱 농사회의 변호사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수화통역사의 기준대로, 수화통역사의 고정관념대로 농인의 언어를 마음대로 풀어내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문화가 있고, 우리의 언어가 있는 만큼 그들도 존중해주었으면 우리도 그들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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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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