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라고 하면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친다는 뜻으로 새 학년을 맞이할 수도 있고 공부를 마치고 사회인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졸업식을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보면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들, 정든 친구들과의 헤어짐과 다시 만남을 약속하면서 송사와 답사 시간에는 눈물과 콧물까지 흘리는 모습이 있었으나 요즘은 어떠한가?

“선생님, 감사합니다.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겠습니다.”라고 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떨쳐버리고 싶은 학교생활을 벗어버리기라도 하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교 문을 빠져나간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한 장이라도 더 남기고 싶어 하는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은 어디로 갔는지 찾기 어렵다. 선생님과 친구들보다 손에서 놓지 못하는 휴대전화와 마주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허다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졸업하면서 다시 입지 못하는 교복을 껴안고 놓지 못하였는데 졸업식 날 교복에 밀가루를 뿌리고 심지어는 찢어버리는 행동들로 인하여 교복대신 정장을 입고 졸업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성 회복의 교육이 절실함을 깨닫는다.

며칠 전 우리 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다. 특수학급에 근무하면서 일반학교의 졸업식을 보았기에 세태에 동승하여 메마름이 먼저 연상되었다.

더구나 특수학교의 졸업식을 떠올렸을 때 우리 장애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며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소수의 아이들이 떠올랐고, 졸업을 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중증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그려지면서 어떻게 축하를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걱정이 되었다.

식은 시작이 되었고 졸업장을 수여할 때이다. 하루 전 날 졸업식 연습을 할 때는 다리에 힘이 없어서 주저앉던 녀석이 오늘은 졸업식을 알고 양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며 양손으로 졸업장을 받고 교장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로 교장선생님의 얼굴을 잠깐 빤히 쳐다보고 인사를 한다.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는 눈 맞춤을 하고 선생님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발을 옮겨 정면으로 돌아서서 객석의 부모님께 인사를 올리는 모습에 힘찬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알고 당당하게 무대에 나아가 졸업장을 받고 졸업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감사함도 알고 있기에 다리에 힘을 보태고 서 있을 수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여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은 담임교사가 나와서 대신 받았다. 중증의 제자를 둔 선생님은 마무리도 대신해야 하는 눈물겨운 사연이다. 휠체어로의 이동도 어려워서 어머니께서 나오셔서 졸업장을 받을 때 모두는 눈시울을 흘리며 힘내시라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렸다.

송사와 답사 대신에 그 동안 활동했던 모습의 동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은 신이 난다. 자신의 얼굴이 나왔고 저렇게 재미있었다고 소리치며 알린다. 여기부터 신이 나기 시작하더니 축하 공연으로 우리 아이들의 고성의 하모니로 어우러진 합창이 있었고, 이어서 부모님들의 합창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힘들지 않다고 힘을 내자고’ 서로를 부둥켜 안아주는 어머님들의 강하고 아름다운 부르짖음이었다. 세 번째 교사들의 춤 공연이 시작되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춤추고 놀았던 실력을 발휘하며 무대에서 신나게 축하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무도 신나는 곡에 누구라도 어깨가 들썩이고 무대로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기 시작했고, 그 감정은 금방 졸업식장을 뜨겁고 신나는 분위기로 달아오르게 했다. 아이들이 무대로 나가서 춤을 추었고 선생님들이 무대에서 객석에서 춤을 추더니 어느 사이 아버님 어머님의 손을 잡고 모두가 하나 되어 춤 잔치가 벌어졌다.

신나고 또 신이 났다. 흠뻑 빠져서 그 동안 힘들었던 어려움, 장애로 절망했던 시간들을 확 날려버리고 희망이 샘솟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얼굴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그늘이 어느 사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고 가슴 뿌듯한 행복으로 가득 찼다.

장애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제 지났다. 이제는 떳떳하게 내어 놓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요구를 청하고 필요한 것을 만들기도 한다. 성공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성공이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를 졸업하면서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국가와 많은 관련자가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는 더욱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기에 희망은 샘이 솟는다. 특수학교의 춤추는 졸업식은 내일의 밝은 태양을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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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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