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A는 외국인과 결혼을 했다.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A는 여러 번의 연애를 했고, 많이 싸웠고 그리고 헤어졌다. 거의 매번 이별의 이유는 남자의 이해부족이었다.

오늘 학교에서 친구랑 맘상하는 일이 있었다고 했으면, 알아서 내 기분을 맞춰주려는 노력 쯤은 해주는게 연애하는 맛 아닌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어 위로 받고 싶지만, 어찌 또 내 입으로 그렇게 말하나… 눈치를 주면 알아서 좀 위로 해주는 센스는 태초에 결핍된 것인가. “어떻게 이런것도 이해못해?”

그런 A가 결혼 7년 동안 한번도 싸우지 않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많은 연애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만이 A를 성숙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많이 싸운 내가 지금 남편이랑은 안싸우더라.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근데 난 우리 신랑 너무 사랑하거든. 그래서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어. 외국인이니까 자란 환경이 다를 거고 생각이나 가치가 다르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 그러니까 이기적인 기대도 안하게 되고 싸울일이 없더라. 나도 모르게 다르다는걸 받아들었던것 같아.”

얼마전 만난 A는 그간의 남자들도 자기와 달라서 그랬을 텐데 지나고 보니 오히려 자기가 그들을 이해 못했던 거였다며 미안하다고 까지 한다.

‘다르다’고 인정해버리고 나면 이해를 위한 착한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단순하지만 어렵다.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를 습관처럼 자주 사용한다. 이해해… 이해해? 이해해! 하지만 진짜 이해를 하는 걸까? 이해한다는 것은 이미 ‘다르다’는 것를 수용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진짜 이해해?

나는 장애인의 다른 움직임과 신체표현을 얼마만큼 이해하는지에 대해 되물어 본다. 10명이 춤을 추면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무용수가 10명이므로 10개의 다른 색깔의 동작이라고 한다. 또 키가 큰 무용수가 표현하는 나무와 키가 작은 무용수가 표현하는 나무는 다르게 표현된다.

장애친구들의 표현도 이 중 하나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이해의 대상으로 장애인의 독특한 움직임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일까?

친구의 현명한 통찰 앞에 내 질문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뱅글 뱅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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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건강운동과학연구실 특수체육전공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재학 중 이며, 서울대학교 'FUN&KICK'에서 발달장애학생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 장애인의 움직이는 몸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다. 칼럼을 통해 발달장애학생들의 움직임과 영화 및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장애인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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