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 직업재활은 장애인에게 오아시스다. 퍼내며 퍼낼수록 생명수가 끊임없이 나오는 오아시스처럼, 장애인들은 직업재활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쉽지 않다. 정부가 1990년 이부터 정책을 마련했지만, 열매를 거두지는 못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통계(2007)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직업재활시설 중 80% 이상이 단순임가공형태, 즉 2차 산업이다. 재능과 열정이 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단순노무직만 맡는다. 모래덩어리만 뒹구는 사막에서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오아시스는 어디 있을까.

여기 푸른빛을 내는 무엇인가가 움직인다. 농업으로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어서는 것을 돕는 유럽의 지적장애인 얘기다. 이들은 장애인 녹색산업의 장점과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인다. 바로 KBS 3라디오 특별기획 3부작 ‘그린 케어’, 지적장애인의 희망이 자란다 이다.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선사하는 green care의 바람직한 방향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발달장애어린이와 개그맨 정종철의 대화로 프로그램을 소개해 글을 읽는 맛과 멋을 더하는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

두 사람은 이미 3라디오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인물을 가상 인터뷰하는 형식을 통해 미디어에 비친 장애인을 새롭게 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어린이 : 안녕하세요.

정종철 : 그래. 오늘은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에 있는 지적장애인 공동체시설 레벤스아트에 가보자. 그곳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만든 연맹으로 18세에서 65세 성인남녀가 생활하는 곳이지.

어린이 : 왜 가요? 다리 아픈데

정종철 : 장애인 문제를 풀 실마리를 제공해 줄 거야. 그러면 장애인 문제나 미디어에 나타난 장애인을 더 크게 뜨고 넓게 볼 수 있거든.

어린이 : 좋아요

[성우 내레이션]레벤스아트는 비엔나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작고 평화로운 마을 가덴에 있다. 닭을 키우는 농장과 비닐하우스,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정종철 : 안녕하세요. 슈테판 숄츠씨

숄츠 : 예. 저는 이곳 대표입니다. 장애인들은 어렸을 때 독립하는 것이 좋고, 어릴 때 이런 장애인 시설에서 일을 하며 공동체 경험을 하는 것이 좋아요. 부모님에게서 벗어나 독립성도 기르고, 부담도 덜어드리고. 여기는 현재 65세 마리얌 할머니가 동료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만큼 좋은 곳이어요.

정종철 : 한 번 둘러볼까요?

[내레이션 : 두 사람의 눈에 수다쟁이 아줌마 41세 마티나가 들어온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물고기에게 밥을 주고, 달력날짜를 확인하며 사무실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매사에 차견이 심해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유쾌한 수다는 여전하다. 그와 늘 티격태격하는 청년 마르셀 소너는 나이를 묻자 달력을 보고 오겠다며 간다.

그는 특수학교를 나온 뒤로 계속 여기서 일을 했고, 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누나와 살면서 허브가덴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 외 다림질하는 다운증후군 소녀 사라. 그를 좋아하는 플로리안, 감자 깎는 뚱뚱한 여성 알리스 등 가덴 식구들은 분주하게 하루를 보낸다]

정종철 : 이곳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숄츠 : 지적장애인들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지요. 자신감이 없던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이 제게는 희망입니다. 옆에서 도움을 주면 장애인들도 새로 배울 수 있습니다. 일을 통해 그들이 행복해지고 만족해하는 모습이 좋지요.

어린이 : 허브가덴에서는 매년 가을 파티를 열어 그동안 열심히 생산한 양초 등을 판매하며 주민들과 축제를 즐깁니다.

정종철 : 난 이곳에서 또 한 명의 ‘의외의’ 인물을 만났는데, 바로 군복무를 대신해 여기서 9개월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18세 청년 안드레아스다. 그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12년 동안의 학교생활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귀중한 것을 배울 수 있어 무척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

어린이 : 결국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것은 어쩌면 직업으로 장애를 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멀리 있지는 않다는 것이어요. 장애는 비참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은 레벤스아트 농장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에요. 장애인은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재능을 지닌 인격체라는 믿음이 희망의 농장을 만드나 봐요.

정종철 : 그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때가 되면 부모의 품을 떠나 저마다의 꿈과 보람을 일구며 사는 것이야말로,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지.

어린이 : 벌써부터 다음편이 기대되어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영화 오아시스를 비디오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보았다. 인터랙티브 영화제, 아이디어창업·시나리오·블로그·수기 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경험을 글과 영상에 녹여내 오아시스에서 더 깊은 물을 퍼내려고 한다. 지금 서 있는 이 곳이 벼랑 끝이 될 때까지.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