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단체들이 모여 활동가 양성과 교육체계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서인환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장애인 중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이 동아리 모임을 만들어 이슈를 이야기하고, 서로 선후배를 조직하면서 활동가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 시대의 활동가들은 장애인당사자, 가족,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회학 서적을 스터디하고 토론이나 선배의 가르침에 의존하여 정신적 무장을 할 수 있었다. 일종의 사회주의적 시각에서의 의식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모임이 가능하게 된 것은 장애인 대학생이 늘어나면서 학습지원 서비스가 학교에서 제도화되기 이전이라 스스로 도움을 주는 모임이 필요하였고, 그 모임에서 자연적으로 사회적 모순과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요구활동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90년대 후반에 와서 체계적으로 활동가 양성과정을 개설한 곳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였다. 연구소는 시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공개적으로 홍보하여 활동가를 모집하여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련법, 장애인의 현안문제와 입법활동 등을 강의를 통해 가르쳤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들은 장애인 관련 종사자와 학계, 일반 시민들이었다. 이 시민대학을 알게 되어 우연히 참여하여 장애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 중에는 상당수가 연구소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고, 이들이 후에 인권운동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00년도에 들어와서 서울 DPI에서 정립회관의 장소를 빌려 청년학교를 개설하게 되었는데, 초기 참여자들은 장애인당사자와 시민들로, 장애인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교육 이수 후 이들은 DPI의 맴버가 되어 회원 발굴의 한 방법으로 청년학교가 활용되기도 하였으나, 2010년도에 접어들면서 IL센터 종사자들의 역량강화 차원에서 학생들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IL센터 소속이 아닌 사람들도 졸업 후 IL센터의 자리를 찾아 자립생활운동에 기여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전정식 IL대학 학장이 지적한 것처럼 장애인은 가난을 동반하게 되며, 체념 속에서 살다가 취업의 의지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방황하는 시기를 거친 후 자립생활운동에 눈을 뜨게 되면서 학습을 통하여 변화하게 되고, 자립생활 운동에서 역할을 찾아나가는 경로를 겪는 이들이 많다.

2001년에 시작한 청년학교는 매년 기수를 정하여 전통을 만들었고, 활동가의 발굴과 교육에 목적을 두고 있었으며, 장애인당사자 운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신선하게 보급하였다.

강의내용을 보면, 자립생활 이념, 당사자주의, 장애인운동사, 패러다임의 변화, 인권 등이 주류를 이룬다. 모임이 지속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개인의 역량강화 욕구와 조직의 이념이 서로 맞았기 때문이다.

2009년에 와서 한자연은 IL 대학을 개설하게 되는데, 자립생활 운동의 사관학교라는 슬로건을 걸게 된다. 주로 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거나 이를 개척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주로 공개모집하여 면접 심사를 통해 입학사정을 하고, 정식 등록금을 받고 대학식 강의를 한 것이다. 학장과 교수진을 구성하여 제법 평생교육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강의 내용을 보면, 장애인 개념, 자립의 개념, 자립의 기술, 동료상담 기법, 권익옹호론, 자원개발론, ILP(자립생활설계론), 센터운영실제 등으로 이념과 실무로 구성되어 자립생활센터의 종사자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실습에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서는 DPI의 이념이 아닌 자립생활 이념의 확산이 조직의 구성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교육과정도 대학식으로 학기제를 운영하여 1년 과정으로 하고 있는데, 다른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이 몇 주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체계적이라 할 수 있고, 원서강독 등 대학원 수준의 매우 열공을 해야 하는 학습을 요구하고 있다.

자립생활센터 종사자들은 학력이 약하고, 정신적 이념 무장이 적은 분산된 산만한 조직이라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고된 훈련과정이다.

이제 이 IL대학은 부산과 대전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어가는 분위기이며, 부산의 경우 시에서 별도로 예산을 지원받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한편 전장연 위주로 하고 있는 노들야학에서 장애해방학교라는 활동가 양성과정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탈시설 장애인이 스스로 운동가가 되어 생생한 장애 억압의 체험을 바탕으로 애정어린 운동을 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배출된 활동가들은 주로 전장연의 운동 전선에서 기여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12일 열린 활동가 양성교육 체계에 대한 토론회에서 윤삼호 씨는 새로이 워크숍에 의한 양성과정을 제안하였다.

그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양성과정을 대학 형식의 양성과정과 집중 교육식 과정, 교육 프로그램 방식으로 구분 정의하였다.

IL 대학처럼 학점제를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대학 교육 방식이라 하였는데, 교육의 질이 높고 전문적 지식을 깊이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며 학생들의 자부심에도 도움이 되지만 기간이 너무 길어 탈락자가 많고 학습의 실천은 개별적이어서 집중적인 운동에 연결이 어렵고, 교육과정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청년학교나 장애해방학교처럼 집중 교육방식은 동기부여가 강하고, 친목과 더불어 이념을 확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졸업 후 교육기관과 교육생이 분리되는 단점이 있고, 강의의 깊이를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하였다.

교육 프로그램 방식은 단기적으로 펀드를 만들어(지원신청을 통한 예산 확보) 활동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으로, 공동주제에 의한 관심도가 높아 친밀감도 쉽게 형성되고, 다양한 강좌를 소수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교육의 연속성이 없고, 수준에서 개인차가 심한 것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였다.

윤삼호 씨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워크숍 교육방식을 전문지식이나 기술, 아이디어를 시험적으로 실시하면서 검토하는 연구모임으로 소개하고, 문제제기와 해결방안 모색이라는 교육과정으로 구성하여 다양한 주제별로 집중하게 하는 양성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이 방식은 참여자의 수가 적어 소규모로 운영할 수 있고, 참여자의 관심도가 높아 교육의 효과도 극대화되며, 다양한 주제를 끊임없이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아직 시도되지 않아 워크숍 진행자를 찾기가 어렵고, 기술적 문제에 집중하여 운동으로 연결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였다.

결론은 다양한 방식의 교육과정이 다양하게 있어 언제든지 평생교육을 할 기회가 제공되고, 스스로 이슈와 문제를 찾고 해결할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단체의 필요에 의해 인력공급과 발굴의 목적에서도 교육이 필요하고, 기술의 축적도 필요하며, 운동으로의 실천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이후 그들이 일할 현장이 많이 개발되어 교육생들이 배운 것을 백분 활용하여 장애인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할 기회가 제공되었으면 한다.

교육과 활용, 그리고 교육생의 운동가로서의 자부심, 교육생의 직업재활 등 모든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장애인들의 삶의 의지와 자아실현,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시각이 넓어지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펼쳐졌으면 한다.

이러한 모임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할 것이며, 장애자치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맞춤형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가 맞추어서 선택하는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교육과정이 장애인언론사, 평생교육기관, 학계, 공공기관 등에서 많이 개설되어 운영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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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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