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고, 내일은 롯데월드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데 우산을 어떤 것을 가져와야 하겠니? 긴 우산일까 접혀지는 짧은 우산을 가져올까?”

“선생님, 짧은 우산 가져와야 해요.”

“왜 짧은 우산 가져와야 할까요?”

“놀이기구 타려면 긴 것은 힘들어요.”

다음 날 선생님과 같이 문제 해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학생들이 긴 우산을 들고 왔다. 선생님은 냉랭했다. 그 냉랭함은 실제 경험을 해서 터득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었다.

3개 학년의 3개 학급 학생들은 각자 흩어져서 놀이기구를 체험하고 점심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놀이기구 체험에 나섰다.

기다리는 점심시간이다. 한 학년 학생들은 긴 우산을 들고 다니느라 녹초가 되었고 다른 한 학년 학생들은 가방과 긴 우산을 모두 선생님이 짊어지고 다녀서 선생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니 신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과연 위의 2가지 사실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지도해야 할까?

녹초가 된 학생들은 힘든 경험을 했기에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선생님이 모든 짐을 짊어져 준 학생들은 누군가가 해결해 줄 것을 믿고 누구에게 의지하고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심하면 스스로의 해결 능력을 잃고 말 것이다. 그 결과는 교사뿐 아니라 부모,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을 진짜 장애인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중증장애인은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무서운 사고에서 발단하여 결국은 우리의 손으로 장애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말 것이다.

이는 장애인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이다. 그들도 한 명의 인간이고 생명체라는 존중의식이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면,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이라면, 자녀를 바르게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이것이 무슨 바른 교육이고 양육이란 말인가.

우리는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 입장에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만들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과 양육의 궁극적 목적은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시와 잘못된 판단으로 인하여 교육과 양육을 그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자와 부모, 사회인들은 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가도록 지원했을 때 가장 만족스럽고 최종적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장애인을 바로 보고 존중한다면 그릇된 과잉보호에서 벗어나 장애인 자신의 값진 삶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스스로 헤쳐 나가면서 가치 있는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을 정말 장애인으로 만들지 말자’는 바람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하며 살아가는 데 절절한 요소이기에 오늘도 부르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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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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