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 여러 견해가 있다.

당연히 각자의 의견이나 경험에 따라서 상이한 견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장애등급제 폐지의 최종적인 목적에 대해서 폭넓은 논의가 요구되며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목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필자 주위 장애인들 역시 서로 다른 의견과 방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장애등급제 폐지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올바른 정립이 필요하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선진국형 방향은 재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등급과 관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특정 장애 등급에 해당하는 장애인들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을 활동지원에 대한 필요를 평가하여 적절하게 제공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장애등급이 아닌 장애인의 욕구·필요·적합성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평가에 기초하여 서비스를 구성하고 제공하는 것이 장애 등급제 폐지의 올바른 방향인 것이다.

하지만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여 현재의 등급에 따라 제공되고 있는 무료·할인 서비스를 모든 장애인이 공통적으로 받는 것은 어떠한가?

얼핏 보면 여러 감면 서비스를 모든 장애인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향은 현재 재활 선진 국가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과는 다를 수 있다.

즉,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시혜적 복지를 지양하고 생산적 복지를 추구하고 있으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모든 장애인이 시혜적 서비스를 동일하게 받는 것은 이러한 생산적 페러다임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또한 직업이 가장 훌륭한 복지라는 슬로건 아래 가능한 장애인의 능력이나 장점을 발굴하여 적합한 직업을 갖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대 복지·재활의 주요한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모든 무료·할인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재활 패러다임은 시혜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 보다는 장애인의 능력·욕구·환경 등을 고려하여 장애인이 생산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장애등급제 폐지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사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이라고 하여 무조건 받을 수 있는 무료·할인 서비스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하여 장애인 재활 서비스가 우리보다 부족한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이 필요한 서비스 등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광범위하고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재활 서비스의 핵심은 개별 장애인의 재활 목표에 맞는 서비스를 확인하고 그러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적절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90여 가지의 무료·할인 서비스를 백화점처럼 전시하고는 있으나 정작 장애인이 이용하거나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며 미국의 경우는 장애인의 키, 몸무게, 팔·다리 길이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장애인의 몸에 딱 맞는 옷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재활 서비스가 백화점 식인지 아니면 맞춤형 인지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를 백화점처럼 제시하는 것은 양은 많으나 정작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별로 없을 수 있다. 진정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본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개별 맞춤형이 선진국형 재활 서비스이며 장애등급제 폐지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판정도구를 만들어 장애인의 욕구나 필요를 몇 가지로 패턴화하여 서비스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진정 장애인의 개별 욕구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을 한 줄로 세워 놓고 동일한 휠체어를 일방적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어떠한 휠체어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각 개인에게 맞는 휠체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선진국형 재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한 순간에 미국처럼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 서비스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 가일 것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장애 정책이나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혜적인 서비스를 확대하기 보다는 생산적이며 발전적인 서비스를 장애인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애인 스스로가 장애등급제 폐지의 본 취지와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서는 장애인 스스로가 장애등급제 폐지의 선진국형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시혜적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 보다는 본인이 재활과 자립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및 정책적인 뒷받침을 요구하는 것이 더욱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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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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