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홍은동 언덕배기에 위치한 홍은창작센터를 향했다.

이곳은 서울문화재단이 마련한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활동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지난해 9월 20일부터 12월 27일까지 일상적인 몸의 움직임을 즉흥 춤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무용가 최아름, 용혜련의 ‘움직임 워크샵’이 있었다. 12월 6일은 무용가 강성국씨의 특강이 있는 날이다.

강성국씨는 1급 뇌병변장애를 가진 무용가로 ‘Oh Baby!', 'IF', '여행', '性에도 장애란 없다!' 등의 공연을 안무하고 제작하였고 유럽, 호주, 러시아, 대만 등에서 160회 이상 공연을 한 오히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무용가이다.

예전에 부산 국제무용제에서 현대무용가 김남진씨와 함께 한 'Brother'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뇌병변장애인과 함께 만든 공연이라는 공연해설을 보고 ’장애‘가 있는 신체가 표현하는 움직임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 궁금증에는 이미 ’장애‘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무용수 개인이 가진 움직임이 아니라, 비장애인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궁금증은 공연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무대 위에는 두 명의 무용수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곳에 ’장애인‘은 없었다.

오늘은 그렇게 공연으로 처음 만난 무용가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어떻게 신체에 접근하고, 어떻게 즉흥 움직임을 이끌어 갈지, 그리고 강성국 무용가(이하 선생님)와 함께 접촉즉흥을 했을 때 나에게 어떤 에너지가 만들어질지를 생각하니 부쩍 더 설레였다.

접촉즉흥은 신체와 신체가 접촉하면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무용의 한 형태이다.

수업 시작은 바닥에 누어 선생님의 멘트와 함께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면서 기쁨, 슬픔, 아픔, 행복, 안타까움, 두려움, 사랑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저 멀리 아득한 터널 속에서 열차가 빠져나오듯 하나 하나 나타났다.

우리는 그 감정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움직이는 좁은 주변공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실 거울, 벽, 창문 등 모든 공간을 충분히 사용하라고 하면서 직접 벽과 창문 등의 공간을 사용하며 다이나믹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리드에 따라 무용실에 있는 모든 공간을 뛰며, 구르며, 그리고 휘저으며 춤추기 시작했고, 서서히 터널을 빠져나온 감정의 조각들은 움직임으로 발화되었다.

다음으로 선생님은 발 접촉을 시도하였다. 한사람은 엎드려있고 한사람은 서서 발바닥으로 엎드려있는 사람의 신체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였다.

발바닥의 촉감으로 ‘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느끼라고 하였다. 서있는 사람은 발로 엎드려 있는 사람의 팔을 밀고, 골반을 살짝 밀어 올려 넘기기도 하고 무릎을 구부리게 한 후 바닥에 있는 어깨를 위로 들어 올려 앉게도 만들었다.

보통 손, 어깨, 상체로 접촉 즉흥을 시작하는데, 발이라니... 모두들 발로 누군가의 몸을 밟는다는 것이 실례가 되는 건 아닐지 하는 조심스러움을 내비췄다. 하지만 애매한 선입견을 한번에 무색하게 만드는 선생님의 능력은 또 한번 발휘 되었다.

처음엔 뻣뻣하게 서서 발로 관절만 살짝 밀어 위치만 옮겨놓는 움직임을 하던 우리는 발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평소 해보지 않은 동작을 해야만 했고, 그 동작은 무척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시작점(발)을 약간 다르게 했을 뿐이었는데 그 결과는 완전히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움직임의 발견이었다.

강성국씨의 수업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주는 독특함은 없었고, 예술가이기 때문에 지향하는 고유함이 있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수업을 직접경험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생각이 넓어져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2015년 무용가 강성국씨의 공연을 통해 더 풍성해질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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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건강운동과학연구실 특수체육전공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재학 중 이며, 서울대학교 'FUN&KICK'에서 발달장애학생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 장애인의 움직이는 몸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다. 칼럼을 통해 발달장애학생들의 움직임과 영화 및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장애인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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