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모델명 MQ1000). ⓒ서인환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시각장애인의 경우 처음에는 화면을 볼 수 없어 장애로 인한 격차가 더욱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자 책은 볼 수 없으나 컴퓨터를 이용하면 책을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고,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으며, 통신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료를 주고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정보화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정보와 문자의 자유를 주는 듯하였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음성으로 변환하여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들이 그림(그래픽)들인데, 그림으로 메뉴를 구성하면 시각장애인은 이용할 수가 없고, 화면이 너무 복잡하여 상황파악이 어렵거나, 깜박임이 연속되어 음성이 화면에 변화가 생긴 것을 계속 읽고만 있으니 도대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웹접근성 지침을 마련하여 표준화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시각장애인에게도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려는 정책이 만들어졌고,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로 인한 동등한 정보이용을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다.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면서 액정화면이 터치스크린 역할도 하면서 키보드가 없어졌다.

원래 화면에 직접 터치하는 방식으로 정보접근을 하는 방식과 화면에 키보드가 필요한 때에는 나타났다가 필요 없을 때에는 사라지는 ‘스크린 온 키보드’ 기술은 발달장애인과 상지 지체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기술로, 이 기술이 스마트폰에 장착되면서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의 접근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그래서 아이폰에서는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탑재하여 시각장애인의 모바일 접근성을 보장하려고 노력하였고, 안드로이드폰에서도 '톡백'이라는 프로그램을 탑재하여 음성지원을 일부 하고는 있으나 모든 메뉴를 음성으로 지원하지 않아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다.

앱이나 모바일 기기에서의 음성정보와 조작이 쉽도록 하는 기능을 갖춘다면,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의 모든 편리한 기능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 접근성 지침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침들은 규제보다는 공익성이 많고 장애인만 편리한 것이 아니므로 강제화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음성으로 모두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문제는 액정화면의 다양한 메뉴 등의 터치를 어떻게 정확하게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별도의 키보드를 연동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의 중소기업 회사인 모비언스(Mobience, 모바일 사이언스의 줄임말)에서는 RIVO(리보, Remote keypad interface for iOS VoiceOver)를 개발하여 시판하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수출을 주로 하고 있다.

리보는 4행 5열의 키보드로 구성되어 있으나, 자체 음성지원은 되지 않는다. 음성은 스마트폰의 음성을 이용하여 사용하게 되는데, 앞으로 직접 키패드에 음성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음성지원 미비로 인하여 작동은 되지만 사용이 용이하지 않은 상태이다.

키패드의 주요 기능은 문자 입력, 리모컨, VoiceOver(보이스오버,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인데, 스마트폰의 음성지원을 켜지 않는 버전을 '리오스', 스마트폰의 음성지원이 되는 것을 '리보'라고 하며, 한국어를 지원하는 것을 리보 K라고 한다. 그리고 리보 KS는 한손으로 조작 가능한 키패드를 말한다.

문자 입력 기능으로는 한글, 영어, 숫자, 기호를 입력할 수 있으며, 커서이동과 선택하기, 자르기, 복사하기, 붙여넣기, undo, redo 등의 편집 명령을 입력할 수 있다. 한글 입력은 모비언스 방식을 기본으로 사용하지만 천지인 방식과 나랏글 방식도 사용할 수 있다.

VoiceOver 기능으로는 iOS(아이폰)의 거의 모든 VoiceOver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화면터치가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이 iPhone을 사용하는 데 편리한 보조기기이다.

키패드는 전원을 연결하는 단자와 USB로 충전하는 단자가 있다. 그리고 페어링 버턴이 있어 블루투스를 작동할 수 있다.

키패드에는 20개의 키보드가 있는데, 중앙에 12개의 전화기 숫자버턴이 있고, 좌측버턴(L)과 우측버턴(R)이 한 줄씩 더 붙어 있는 모양이다.

키패드에는 세 종류의 조합키가 있다. 기능키 입력을 위한 [L1 fn], 키패드모드 변경을 위한 [L3 mode] 그리고 문자 입력시 커서이동과 편집을 위한 [L4 shift]와 [R4 shift]이다. 조합키는 해당 조합키를 누른 상태에서 다른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이다.

화면의 활성화된 메뉴를 찾아 작동하거나 문자를 입력하는 등의 복잡한 명령들은 http//mobience.com 홈페이지에서 사용언어를 한글을 선택하고, 제품명을 선택하여 매뉴얼을 선택하면 자세히 볼 수 있다.

펑션키를 이용하여 음악을 듣는 리모컨으로도 키패드를 작동시킬 수 있고, 여러 가지 앱의 접근도 매우 용이하다.

판매가격은 14만 9천원으로 시각장애인이 무선으로 스마트폰의 키보드를 연결하여 사용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안드로이드의 접근을 해결하는 문제는 리보의 발전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의 접근성 향상과 병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액정 화면의 터치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기기로는 승차권 발매기나 현금지급기(ATM) 등이 있다.

현금지급기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경우 이어폰을 끼우면 음성으로 안내를 한다지만, 입출금 금액을 선택하는 방법 등에서는 정확한 선택이 쉽지 않다.

시력을 가진 경우에는 화면에 나와 있는 버턴만 누르기만 하면 되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 그 버턴이 무엇인지 음성으로 확인을 하기 위해 손을 대는 순간 작동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동은 되지 않지만 음성으로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의 프로그램 약속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터치스크린 기기들을 이용함에도 리보의 기술은 응용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좀 더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한 중소기업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좋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제대로 보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보제공과 보급에 정부의 무관심이 한몫을 하고 있다. 외국의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으로 한국에서 구입하여 잘 사용하고 있는 인기 있는 제품이 국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위한 개발은 투자에 비해 수익이 별로 되지 않는다며 외면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제품이 나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중소기업도 할 수 있는 일을 대기업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앞으로 사물인터넷이라고 하여 가정이나 직장의 기기들의 고유 주소를 정하여 스마트폰으로 원격 작동하는 시대가 오면 시각장애인들도 이러한 기술의 이기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장애인이 먼저 그러한 기술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에 기업이나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의 발전은 결국 비장애인의 눈부신 기술 발전의 원천기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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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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