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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대구 근대역사 여행'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1-05 18:04:00
일 년 만에 엽서가 도착했다. 작년 대구 근대사 골목을 여행 할 때였다. 이상화 고택에서 나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는 말들을 써서 느린 우체통에 넣었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일 년 후 엽서가 도착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엽서를 받고나니 당시 여행의 추억이 생생하다.

요즘은 여행지마다 엽서를 보낼 수 있게 마련돼 있다.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엽서에 적어 나에게 보내거나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그래서 작년 근대 역사 여행에서는 나에게 엽서를 보냈다. 엽서를 받고 나서 다시 대구 근대사 골목을 찾았다. 대구 근대 역사 골목여행은 지인과 함께 했다.

모퉁이 돌멩이 하나 골목 벽돌 하나도 대구 백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2코스 동산선교사 주택부터 둘러봤다. 선교사 스윗즈가 살던 주택은 1910년 경 미국인 선교사들이 거주하게 위해 지은 주택이다.

이 건물은 대구 읍성 철거 때 가져온 안삼암의 성돌로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붉을 벽돌로 미국 주택형식으로 지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세월의 무게가 중후하게 느껴지고 붉은 벽돌에서 풍기는 바로크 형식의 건축양식이 서양 어딘가에 온 것 같다.

챔리스 주택 앞엔 청라언덕도 있다. 청라언덕은 백 년 전 서양음악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던 시대에 한국 정서를 반영한 음악이어서 일제 강점기에서도 국민들의 고된 마음을 달래주던 곡이었다.

청라언덕에서 중년의 여행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꿈에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 중년의 여행자들은 청라언덕을 부르며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워한다.

청라언덕은 담쟁이 넝쿨이 휘감겨 있던 곳이고 백합화는 박태준이 흠모했던 신명학교 여학생이라고 한다. 그의 꿈과 추억이 서린 청라언덕에서 그의 노래비는 흠모했던 여인을 생각하며 서 있다.

청라언덕 위엔 대구 동산병원 구 현관도 있다. 백 년 전 동산병원 현관문만 덩그러니 남아 당시의 흔적만 기억하고 있다. 동산병원은 대구 최초의 서양병원으로 1941년 태평양 전쟁 중에는 경찰 병원으로 사용됐고, 한국전쟁 당시엔 구립 경찰병원 대구 분원으로 사용됐다. 2010년 대구 지하철 3호선 공사로 현관부분만 이전하게 됐다.

청라언덕엔 선교사 챔니스 주택과 선교사 블레어 주택도 있다. 선교사 챔니스 주택 뒤엔 오래된 흙담이 있다. 흙과 깨진 기왓장으로 얼기설기 쌓은 흙담은 백 년 전 시간으로 안내한다. 흙담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진다. 반질반질 고르지는 못해도 투박한 정서가 청라언덕에 함께 온 A와도 닮았다.

A는 장애인생활시설에 40년 넘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았다. 의미 없는 삶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A는 맨몸으로 지역사회로 나와 살기 시작했다. 글도 모르고 아는 것도 없이 살아온 A는 넓은 세상을 실컷 여행하며 사는 것이 남은 삶의 전부라고 한다.

하지만 A는 마음대로 여행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글을 모르기 때문에 익숙한 곳을 벗어나면 두렵다고 한다. 글을 배우면 어떻겠냐고 권해봤지만 A는 글을 배우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한 글자도 읽혀지지가 않는다고한다.

아마도 글을 읽을 수 없는 난독증이 아닐까. A는 글을 배우는 시간에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 청라언덕에 서 있는 것처럼.

평생을 갇혀 살았으니 나머지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갇혀서 살아온 시간의 두 배 더 세상을 보고 느끼고 싶다고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이라고 한다. 그동안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사회적 장벽과 인식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인지 세상 구석구석 더 많이 여행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이 많다.

A도 그 중에 한사람이다. A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줄 전동휠체어를 장만하기 위해 10년을 시장 통에서 뻥튀기 장사를 했다. 하루 종일 시장 통에 좌판을 펼쳐놓고 많게는 5천원도 벌고 적게는 천원도 벌고 공치는 날도 허다했지만, 그래도 시장 통 안에선 사람들 구경이라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기초 수급자인 A는 월세를 공과금과 생활비를 쓰고 나면 여윳돈이 없었다고 한다. 수급비에서 매달 몇 만원 아끼고 뻥튀기 장사를 해 10년 만에 튼튼한 전동휠체어를 장만했다. 고진감래 끝에 A가 그토록 원하던 튼튼한 전동휠체어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 후 A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조금씩 행동반경을 넓혀 갔다.

그래서 A와 청라언덕까지 함께 오게 된 것이다. A의 소원은 죽기 전에 비행기 타고 제주도 여행가보는 것이 소원이다. 백 년 전 챔니스 선교사가 미지의 땅에 발을 들어놓고 새롭게 적응해야 할 환경에서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청라언덕 아래엔 은혜 정원도 있다. 우리나라가 어둡고 가난하던 때 태평양 건너 이국땅에 와서 배척과 박해를 무릅쓰고 헌신과 인술을 베풀다가 삶을 마감한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당시 선교사 주택이었던 건물은 지금은 의료 박물관과 선교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라 언덕 뒤쪽으로 3‧1만세 운동길 90계단도 있다. 삼일만세 운동 계단에서 대구의 수많은 민중들은 만세를 외치며 일제에 저항했다. 90계단 아래에 올려다보니 그 날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태극기가 계단 양옆으로 줄맞춰 꽂혀있고 삼일운동 당시 흑백사진이 계단 벽에 걸려 있다. 90계단을 오르며 만세를 외쳤을 당시의 사람들은 나라 잃은 울분이 폭발하는 활화산 같았을 것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하지만 그 날의 외침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흐릿해지면 안 돼는 역사다.

•가는 길
서울역에서 KTX이용 동대구역 하차
대구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 하차
•먹을거리 : 대구 종로거리
•장애인화장실 : 청라언덕
•문의 :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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