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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사하라 사막마라톤 250Km도전기-66

마지막 날, 사막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7-7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12-31 09:15:41
그 신비와 경이로움에 압도된 나 자신이 한없이 나약하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때 사막은 내게 힘을 주었다.

엿새 동안 사막을 달리겠다고 온 자신감이 오만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자 한없이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겸허해지지 않고는 단 한 시간도 사막을 달릴 수가 없었다.

사막은 내게 겸허함에서 우러나온 힘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 주었다. 겸허에서 우러나온 힘은 자연의 여건에 적응하는 물과 같았다.

장애물이 있으면 맞서지 않고 굽이굽이 돌고 돌아서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겸허해지지 않고는 단 한 시간도 사막을 달릴 수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실명 이후 내가 살아온 길도 물의 흐름 같은 삶이었다. 내 몸의 장애는 물론 한 걸음 움직이는데도 장애물이 있었다.

장애물에 부딪칠 때마다 돌고 또 돌아야 했다.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모든 게 바람처럼 자유로울 수도 있었겠지만 코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나는 부딪치면 돌고 또 돌아야만 했다.

장애에 부딪쳤을 때 그 절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더라면 해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평생을 방안에서 지내야 했을 것이다.

나는 그게 겸허함에서 우러나온 힘인 줄을 몰랐다. 장애에 부딪칠 때마다 돌고 또 돌 수 있었던 것은 내 생명의 겸허한 힘이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인지도 모르는 긴 세월을 내 생명은 환경에 알맞게 진화해 왔다. 그것은 바로 겸허였다.

생명의 본질은 물처럼 순리대로 사는 것이리라. 생명의 순리를 거스르며 살고자 했을 때 나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건 자명할 것이리라.

절망이라는 장애에 부딪쳐 내 생명을 포기하려고 저수지에 몸을 던진 것은 존엄한 내 생명에 대해 가장 큰 과오를 저지른 행위였다. 그리고 생명의 줄기로 연결된 가족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생명에 충실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보라! 모든 동물과 식물은 자살을 모른다. 오직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만 섭취하며 살고 있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이 모르는 쾌락을 즐기기 위해 반생명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저수지에 몸을 던진 것은 실명으로 인한 상실감 때문이었다. 그 상실감이야말로 앞을 보면서 누릴 수 있었던 즐거움이 암흑 속에 묻혀 버렸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지능을 생명의 순리에 바탕을 두고 발휘할 때 숭고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농부의 삶이 숭고한 것은 생명을 가꾸는 삶이기 때문이다. 농부는 평생을 겸허하게 살아간다. 생명을 가꾸는 삶을 통해 겸허함이 정신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사막은 내게 겸허의 소중함을 새롭게 일깨워 주었다. 내가 빛을 잃은 이후 더 밝은 빛을 찾았다는 걸 사막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일깨워 주었다. 그 빛은 오직 생명이 지닌 겸허함으로만 볼 수 있는 빛이었다.

“송경태, 당신은 위대한 레이서다.”라는 함성과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사하라사막 250㎞의 레이스가 끝났다. 민이 내게 안겼다.

“아버지.”
민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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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송경태 (skt221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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