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의 코르타르 냄새와 자동차 경적소리, 휘발유 냄새가 이 곳이 사막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kbs 방송화면 캡처

내가 처음 와 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이질적인 체취와 그들이 사용하는 알싸한 향신료 냄새와 가축의 배설물에서 풍기는 냄새가 함께 어우러진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였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곳은 작은 오아시스 마을이라고 했다.

관광객들과는 차림부터가 다른 이방인 집단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인데도 마을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가 엿새 동안 사막을 달려 왔다는 사실을 알면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저으리라. 아니면 깊은 존경의 눈길로 우리에게 경의를 표할까?

기원 전, 4000년경에 번성했던 두 도시 멤피스와 헬리오폴리스 중 어느 한 지역에 지금 우리가 있을 것이다. 그때 이미 태양력을 만들어 낸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는 영원한 불사조 피닉스의 전설만 간직한 채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이 마을 사람들은 피닉스의 전설을 마음에 지니고 사는 헬리오폴리스의 후예들일까? 만약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의 후예들이라면 우리들에게 경의를 표하리라. 불사조 피닉스가 살고 있는 사막을 지나 온 우리들에게 마땅히 경의를 표하리라.

우리가 출발을 하자 예닐곱 필의 말을 탄 마을 사람들이 앞장서서 우리를 에스코트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가 엿새 동안 사막을 달려 왔다는 사실을 알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우리를 에스코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헬리오폴리스의 후예들임이 틀림없었다.

사람의 발걸음과 수레의 바퀴와 가축의 발굽으로 다져진 길은 아스팔트 못지않게 발바닥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아물지 않은 발바닥 상처의 신경세포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고통은 엿새 동안 사막을 함께 달려 온 동반자였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통증은 발이 착지할 때마다 사막을 달려온 그 자랑스러운 영광을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

앞쪽에서 아스팔트의 코르타르 냄새가 풍겨 왔다. 그리고 자동차 경적 소리와 함께 휘발유 냄새가 공기와 함께 흡입되었다. 아스팔트가 깔린 문명의 도로로 진입했다. 차량들이 오가고 있었다.

대여섯 살 때였던가? 고향 마을에 자동차가 지나가면 우리들 조무래기들은 휘발유 냄새를 맡으려고 자동차 꽁무니를 쫓아가곤 했었다.

지금 오가는 차량들이 내뿜는 휘발유 냄새 속에 그 아련한 추억이 배어 있다. 엿새 동안 문명과 동떨어진 사막에서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마셔온 탓에 이 혼탁한 문명의 길에서 옛 추억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함께 달리는 일행은 축제를 하러 가는 대학생들처럼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레이서들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감정 표현을 여과 없이 하는 사람들이니 표정을 볼 수 없어도 들떠 있는 분위기가 충분히 감지되었다.

부상이 심해서 걸음을 옮길 수 없는 사람 외에는 탈락자라도 이 10㎞ 구간을 함께 동행했다. 이 구간의 레이스는 이벤트였다. 240㎞의 사막을 달려온 레이서들을 위로해 주려는 주최측의 배려가 담긴 이벤트였다.

“스핑크스예요. 저 쪽에 피라미드가 있네요”

“와, 정말 대단하네요.”

나는 대단하다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상상해 보았다.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한 채 파라오의 무덤 피라미드를 지키고 있는 스핑크스는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한 사람을 몇이나 잡아먹었을까?

파라오는 신이 되고 싶어서 신화 속의 석상과 거대한 무덤을 만든 건 아닌지?

<계 속>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