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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사하라 사막마라톤 250Km도전기-62

마지막 날, 사막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7-3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12-23 09:26:32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하면서도 충실한 몸짓으로 춤을 추었다.

나는 현란하면서도 격렬하게 춤을 추었다. 그것은 국적과 문화와 인종의 벽을 넘어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이자 노래였다.

버스의 진동이 온몸의 세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야만의 세계에서 문명의 세계로 온 것 같았다.

시트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니 황제라도 된 듯 부러운 게 없었다. 엿새 동안 육체의 동력으로 사막을 달려온 몸이 누리는 호사였다.

아들 민이 한 말이 떠오른다.
“이번 일에 자신이 생겨서 다음엔 더 험한 일에 도전 하실 거잖아요.”

지금 기분 같아선 누가 등을 떠밀어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안락을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송 관장님, 다시 사막 레이스를 할 거예요?”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유지성씨가 물었다.

“아니. 이젠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아.”
“지금 심정은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걸요.”
“그럴까? 지금 마음 같아선 절대로 안 할 것 같은 데.”

“나도 그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고통스러웠던 기억보다는 강열한 희열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원래 고통은 소멸되고 고통을 이겨낸 희열만 남게 되지. 그러나 희열은 소멸되지 않아. 마음 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기억을 떠올리면 그 당시의 기분으로 되돌려 놓는 묘한 힘이 있지. 하지만 난 사막 레이스를 다시는 안 할 거야.”

“작년에 고비 사막에서 레이스를 하면서 속으로 다짐했어요. 누가 날 더러 사막 레이스에 참가하자고 권유를 하면 그 사람하고는 상종을 안 하겠다고. 그런 내가 이번에도 왔잖아요.”

“유 팀장, 사막 레이스에 도전하는 에너지로 글을 쓰고 싶어. 정신의 지평을 열어 줄 글을 쓰고 싶어.”

아, 내 입에서 전혀 뜻밖의 말이 나왔다.

내가 설립해서 지금까지 관장직을 맡고 있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에서 발간하는 ‘전북 장애인 신문’에 칼럼을 쓸 때마다 글 한자 한자 쓰는 것이 숭고하다 싶을 정도로 보람을 느끼곤 했다.

눈만 캄캄한 게 아니라 마음까지도 깜깜한 시각 장애인들에게 작은 빛이라도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그 후, 틈틈이 글을 써서 시집도 펴내고 수필집도 펴냈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는 이런 외부적인 활동에 비하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글을 쓰고 싶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가, 고통을 수반한 격랑의 바다를 헤쳐 온 육체와 정신이 모처럼 안정을 찾고 있을 때 불쑥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의 되풀이되는 도전을 안타깝게 지켜보아야 하는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손뼉을 치며 반길 일이다. 가족들의 바람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일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엿새 동안 누적된 피로를 짊어지고 있는 몸을 버스의 흔들림이 요람에 누워 있는 것처럼 깊은 숙면의 바다로 침잠하게 해주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폐부 속으로 들어오는 아침 공기가 신선했다. 그러나 그 공기 속에는 문명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사막에서 흡입하던 공기와는 다른 공기였다. 적어도 내게는 이질적인 문명의 냄새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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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송경태 (skt221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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