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2시에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경기도 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 주최로 2014 경기도 장애인복지 대토론회가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경기도장애인종합회관 건립을 위한 다양한 모색’이었다.

경기도는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도지사가 교체되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당과 야당이 도지사와 부지사로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연정제가 실시되고 있다. 서로의 통합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그리고 김광성 도의원이 장애인 당사자로서 보건복지공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어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 기대되었다.

경기도는 장애인단체 11개가 연합하여 ‘경기도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복지단체’는 장애인복지법상의 용어로 상당히 흥미로운 지역이다.

토론회에 앞서 복지단체연합회 김기호 회장을 대신하여 박선주 부회장(경기도 지적장애인협회장)이 환영사를 하였고, 경기도도의회 의원으로 배수문 기획재정위원장이 참석하여 맨 먼저 축사를 하였다.

배수문 도의원은 기획재정위원장으로서 장애인복지 예산 확보에 힘쓰고 있으며, 올해 장애인 예산은 전혀 삭감하지 않았다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배 의원 외에 도의원으로 박근철(보건복지공보위원회 간사) 의원, 안혜영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광성 의원 등이 참석하였으며, 김광성 의원은 장애인의 대변자로서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인사말을 했다.

이기우 사회통합 부지사는 다른 행사가 있어 토론회 중간에 참석하여 사회통합을 위해 소외계층을 살리는 사업들을 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토론은 김종인(나사렛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이문희(한국장총 사무차장), 정희경(광주대학교 교수), 김광성 의원, 박선자 회장, 박찬구 장애인복지과 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광범위한 지역이면서 수도권에 속해 있어 도내 교통이 불편하고 거리가 멀며(충청권에 인접하면서 38선까지 퍼져 있다), 도시와 농촌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지역이다.

장애인복지에서 당사자의 참여와 재가 장애인의 자립이 강조되고 있고, 사회적 환경과 문화가 중시되도록 패러다임이 변화하였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데, 전문가의 개입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의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

전문가가 개입하여 재활해야 하는 것이 20%라면, 80%의 장애인은 동료상담이나 문화, 지역사회의 참여로서 전문가의 개입 없이도 장애를 수용하고 사회복귀와 자립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지역사회 중심 복지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장애인 인구의 20% 이상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농촌이나 지방의 장애인들은 보다 쾌적한 도시를 찾아서, 또 경제적 악화로 인해 서울의 장애인들도 계속 경기도로 유입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의 장애인복지 예산 대부분은 활동보조 서비스와 연금에 치중되어 있다. 전체 1700억원의 장애인 예산 중 1500억원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복지관 운영 예산이 90억원이다. 무료급식과 무료보육이 시행되면서 장애인복지 예산을 늘릴 여유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재가 장애인을 위해 복지관을 계속 늘려 나간다면 농촌지역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아무리 건립을 늘려 나가도 서비스의 누락은 막을 수 없고 예산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지역에서는 장애인 단체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복지를 펴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단 두 단체만이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다. 자체 건물이 없는 장애인단체들이 사무실과 단체 유지비 마련을 위해 수익사업에 치중하다 보면 장애인들에 대한 서비스에 사용할 에너지가 분산되므로 도 차원에서 복지회관을 건립하여 이룸센터와 같이 단체가 모여 사무실 문제도 해결하고 교육과 회의실도 제공받는다면 평생교육과 문화공간으로서 훌륭한 복지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에서 별도로 건립할 건축비 마련 여유가 없고 재정자립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므로 건립보다는 복지관 위탁계약 기간이 끝나는 복지관 하나를 복지회관으로 용도 변경하고, 복지관 지원 예산의 일부를 복지회관 운영에 사용하면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복지회관 설치와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난 11월말로 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 위탁기간이 만료되므로 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는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식 불투명한 계약유지를 취소하고, 복지회관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줄 것을 도에 요청하였다.

그러나 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시 위탁계약이 이루어진 후 이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가 좀 더 빨리 개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지역이었다면 복지관 앞에서 집단농성이라도 했을 것이다.

이문희 차장은 복지단체가 부산 다음으로 많은 지역이 경기도라며, 장애인복지법에 복지단체의 육성에 대한 국가의 의무 조항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아태장애인10년 계획에서 단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과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서 당사자의 의견존중 조항을 법적 근거로 제시하며 복지회관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룸센터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본 복지회관 운영의 이점으로는, 정보의 수집과 제공, 정부와 소통에서의 가교 역할, 당사자의 의견 조율, 서로 역량을 합하여 연대가 쉬워지고, 상호 교육으로 역량이 강화되며, 복지전달체계로서 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되어 지는 점 등이다.

정희경 교수는 지난 해 경기복지재단에 재직하면서 단체에 대한 평가와 프로그램 컨설팅을 실시한 바,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의 한계와 정보획득, 접근성의 확보, 성장을 촉진시키는 보수교육을 통한 역량강화, 근무환경 개선, 단체근무자의 동기부여 등이 요구되는데, 이는 복지회관 운영으로 해결 가능하며, 운영은 복지단체연합회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룸센터와 같은 모델로 하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김광성 도의원은 복지회관 건립의 필요성을 지지하며 조례를 재정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언하였다.

그런데 박찬구 장애인복지과 팀장은 공무원들이 힘들다는 말부터 했다. “장애인복지과는 112개의 사업을 하고 있어 정신이 없으며, 저도 그렇게 많은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과는 아무도 발령받고 싶지 않아 하는 기피과입니다.그리고 경기도는 재정적 여유가 없는데, 장애인복지회관을 지으려면 6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라 어렵고, 건립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도청이 이전하면 그 때 이전하고 남은 사무실을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이세항 경기정보화협회 회장은 전국에서 경기도보다 열약한 곳에서도 복지회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은데, 경기도가 이렇게 무관심함에 분통이 터진다고 플로어에서 말하였고, 김광성 의원은 도 이전은 4년 후이므로 거론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였다.

발제 원고에 지하 3층, 지상 10층 정도의 복지회관을 건립하려면 60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나 재정마련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현재의 복지관 하나를 기능조정하자는 안에 대하여 공무원은 이를 왜곡시켜 자신이 편리한 대로 건립은 돈이 없어 짓지 못한다고 하니, 아마도 발제 원고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토론장에서 대충 읽은 것이 아닌가 한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돈 들어가는 것만 강조하면서 원고를 잘못 본 척했을지도 모르겠다.

토론회에서 용감하게 도청 건물 이전 후 사무실 공간이 생기면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한 장애인복지과 팀장의 말은 경기도가 왜 지역별 비교에서 ‘우수’ 그룹에 끼지 못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이니 복지관의 수탁기간이 끝나고 단체들의 요구를 외면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경기도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는 도의원들과 학계,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먼저 복지회관 건립추진단을 구성할 것이며, 조례제정부터 추진할 방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몇 년 후에나 보자는 식의 장애인복지과의 태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복지관 위탁 기간이 끝나는 곳이 생겨도 복지회관으로의 전환은 쉽지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여러 복지관 중 하나가 용도가 변경되어 프로그램이 다소 축소되는 아쉬움보다 복지회관을 통하여 단체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가 활동가로서 참여하는 폭이 더 크고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므로, 장애인들의 거센 요구가 결국 승리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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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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