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이하 재활연구소)의 주최로 열린 ‘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주제로 한 제3차 장애와 건강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벌써 3회째를 맞이하는 컨퍼런스는 해를 거듭할수록 알차고 실속있게 준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컨퍼런스는 작년에 이어 기존의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재생산하여 장애인의 건강과 관련된 통계를 발전시키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이다.

통계란 자연과 사회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여 적절한 방법을 통하여 분석한 정보를 말하며, 이는 숫자ㆍ그래프ㆍ도표ㆍ그림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통계는 미래의 삶을 위한 지표로서 더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정부3.0’이라 하여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치있는 정보와 통계는 가진 자의 전유물이어서 외부인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것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건강 등 의료에 관련된 정보는 더욱이 폐쇄적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번 발표를 통해 장애인들의 건강에 대한 과학적 통계를 마련하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음을 알게 하였다.

먼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의료패널조사 속에 나타난 장애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아직 표본수가 적어(전체의 5.8%인 923명) 통계로서의 신뢰성은 작지만 정보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3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와 장애인 건강조사 연계를 통한 장애인 건강공통지표 core-set 개발은 매우 의미가 있고 실효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총 4개 영역, 17개 세부영역, 49개의 자료(안)로 구성된 core-set을 통하여 장애인 건강정책과 건강관리 서비스의 과학적 근거마련을 통하여 장애인 건강수준 향상에 이바지하는 활용방안을 가지고 있다한다.

또한 2013년에는 지체·뇌병변장애 건강특화지표개발에 이어 올해에는 시각장애 건강특화지표 개발을 하였으며 매년 각 장애유형별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특화지표개발을 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 박종헌 전문연구위원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로 산출 가능한 건강통계’에 대한 발표장면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었던 건강보험 빅데이터로 산출 가능한 장애인 건강통계였다. 2014년 6월말 기준으로 1조 4,779억 건의 자료를 분석하여 생산된 1,593억 건의 국민건강정보DB를 이용하여 다양한 요인의 분석변수를 활용하여 건강·질병지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건강지표 산출을 예로 들면, 고혈압유병율, 일반1차검진수검률, 흡연율, 비만율 등이 장애유형별, 남녀별, 나이별로 산출이 가능하다.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 장애계 전체의 건강을 대변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 중에서 35%만이 건강검진대상자이고 그중에 67%의 수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서울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건강의료 실태조사 및 욕구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상인 52.9%가 정기적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것을 보더라도 현장과의 괴리감은 분명히 있다.

마지막으로 재활연구소는 보건복지부의 등록장애인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진, 자격, 급여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자료를 이용하여 장애인건강DB를 구축하고 분석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의 질병양상과 진료비 현황 등을 발표하였으나 아직 보완하고 추가하여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를 들어 비급여문제와 급성기/아급성기 치료비와 장애등록 전/후와의 비교 등 디테일한 분석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직장의료보험가입자인 근로장애인과 지역가입자, 의료급여의 장애인을 세분화한 통계를 산출할 필요도 있겠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과반 수 이상을 차치하는 지체장애인을 한 그룹으로 하여 통계를 내면 당연히 커다란 오류가 발생을 한다.

척수, 근육, 절단, 소아마비, 척추, 저신장 등 세분류를 통하여 아직 유형분류가 되지 않은 장애유형에 대한 면밀한 통계가 나와야만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발표를 마친 뒤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연구에 대한 지지와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위에 설명한 건강통계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계속 보완하고 있지만 철저한 준비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진실로 장애인의 건강을 뒷받침하는 신뢰있는 데이터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발표를 보면서 서서히 금기(성역)가 깨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각처에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관련 통계를 만든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통계에 대한 오류와 오해는 주의를 해야 한다. 통계 속의 숫자로 우리를 현혹하거나 속이는 현상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 거짓말, 나쁜 거짓말, 통계’ 이는 통계에 대한 불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경구이다.

통계는 크게 세 가지 방법에 의해 잘못 사용된다. 첫째는 통계를 만드는 주체가 의도적으로 왜곡 조작하여 속이는 방법이고, 둘째는 그들 자신들도 모르게 사용한 잘못된 기법에 의해 틀린 통계를 생산하는 경우이며, 셋째는 통계의 숫자를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본래의 뜻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활연구소가 이런 나쁜 의도로 연구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이론적 연구 못지않게 현장의 진실된 모습을 인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훌륭한 정책이 나오려면 현장에 대한 올바를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을 상기하였으면 한다.

통계가 정책에 좋은 방향으로 반영이 되어야 하나, 정책에 이용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통계는 올바르게 산출되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때만이 그 빛을 발하게 된다.

통계가 나타내는 수치 뒤에 가려진 진실을 구별할 줄 아는 선구안을 갖는 것도 우리 장애인들이 준비해야할 덕목이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재활연구소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이러한 관련 통계들이 향후 등록장애인의 평생건강관리를 위하고 예방차원의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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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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