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여행가 전윤선 씨의 에세이집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 표지. ⓒ서인환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 여행가 전윤선 씨의 여행 에세이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가 도서출판 복된소리에서 출간됩니다.

“여성장애인의 여행 또 다른 소통, 여행하며 느끼는 삶의 시선, 여행을 통해 생명의 꽃을 피우고 여행을 통해 세상을 비집고 들어간다.”

부제처럼 전윤선 씨의 에세이집 설명이 표지 아래에 적혀 있습니다.

전윤선 씨는 제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일할 때에 장애인 활동가로 만났습니다. 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여 장애인의 동등한 기회가 보장하도록 노력하자는 모임이었는데, 그 모임에서 전윤선 씨는 장애인의 여행에 대해 늘 말씀하셔서 좀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후 장애인 인터넷신문인 에이블뉴스에 장애인의 여행에 대해 칼럼을 연재하시고, 방송에서 매주 장애인의 여행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정말 가슴이 뜨겁고 열정에 찬 분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방송국 출연자로 대기실에서 만나거나 장애인단체 행사에서 만날때도 늘 명랑하고 따스한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여유 있고 행복한 미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신체적 장애를 가지게 되면 사회는 관습, 편견 등으로 장애인을 억압하고 소외자로서, 또 주변인으로 취급해버리는 것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래서 장애인은 자유를 갈망하고 동경의 세계를 꿈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여행이 그러한 자유와 동경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장애인은 여행할 기회가 더 없고, 여행길에서도 많은 장애를 만나게 되며, 여행할 마음의 여유도 갖기 어렵지만, 전윤선 씨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자기결정과 호기심과 설렘과 탐구와 자유를 준다는 것을 아는 진정한 여행가입니다.

여행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새로운 세계에서 늘 여유와 평안을 찾게 됩니다.

전윤선 씨는 늘 말합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집단으로 행사성으로 기획하는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라고 하기 어려워요. 소란스러움 속에서 행사 시간에 쫓기다보면 자신을 찾는 여행의 진정한 맛을 볼 수가 없거든요.”

그러나 저는 오히려 전윤선 씨를 걱정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문학소년으로 늘 혼자 글쓰기를 위해 여행을 하였는데, 여행지에서 단체로 여행 온 사람들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혼자인가?,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외톨이인가?”라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꼈고, 여행지에서조차 주변인이 된 것 같은 아픔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윤선 씨는 외로움을 모릅니다. 주변인이 아니라 여행의 주체자로서 행복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여행의 참맛과 여행의 방법을 가르쳐 준 분인 것입니다.

전윤선 씨는 먼저 미지의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갑니다. 그리고 어떤 장벽에 부딪히면 그 장벽을 하나 걷어내고는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여행 동지들을 데리고 다시 한 번 여행을 합니다. 마치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이 말입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또 다시 같은 지역을 여행하여 다시 그 다음의 장벽을 하나 걷어냅니다. 이렇게 갈 수 있는 세상을 조금씩 넓혀 나갑니다. 이렇게 갈 수 있도록 넓힌 공간이 우주 개발처럼 점점 넓어져 이제 전국 여행 가이드가 될 정도입니다.

가이드로서 함께 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보이고 나누는 것과 같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임을 알게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전도사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에게 있어 여행은 교통수단의 이용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식당을 찾을 때도 계단과 같은 단차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으며, 잠자리를 구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전윤선 씨가 매주 여행을 하면서 넓혀 놓은 장벽 없는 세상이 전국 곳곳을 다 접근 가능하게 해 놓았으니, 한국이 아니 지구촌이 전윤선 씨가 만들어 놓은 세상과 같습니다. 이러한 즐거움에 외로움이란 없을 것입니다.

전윤선 씨의 여행 에세이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는 그 동안 여행을 통하여 느낀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 글을 읽다보면 내가 여행지에 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장애가 있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자유와 여유를 갖게 도와줍니다.

왜 익숙한 풍경일까? 왜 낯선 이야기일까? 처음 가보거나 오래 전에 가 본 곳을 다시 여행해 보는 것인데……. 전윤선 씨가 글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혀 어렵지 않고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데 왜 낯선 이야기라고 했을까? 그저 여행지에서 과거를 회상하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거나 즐거움을 노래한 것인데, 풍경은 익숙하고 이야기는 낯설다고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마치 풍경을 익숙한 것과 같이 느끼도록 잔잔하게 소곤소곤 들려주기 때문이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전윤선 씨를 새롭게 알게 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주 쉬운 말로, 장애인 여행가로서 출판한 에세이로서는 처음이라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하지 않고, 가끔 휠체어나 장애인 친구들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외에는 색다르지도 않습니다.

너무나 쉬운 언어인지라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없고, 글을 읽는 데에도 아무런 부담이 없고, 마치 여행지에서 신선한 바람을 맞듯이 시원합니다. 그리고 정말 별 이야기도 아닌데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여행의 여유 속에서 나도 인생을 즐기고 있는 주인공이 되었다는 새로움을 발견하게 합니다.

전윤선 씨의 낯선 이야기는 이렇게 결코 낯설지 않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신선하고 생생합니다.

여행은 바쁜 세상에서 휴식이거나 노는 것, 즐거움의 한 수단으로 여겨왔는데, 전윤선 씨는 여행이야말로 장애인의 권리이며, 복지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은 장애가 제거된 세상이며, 장애인이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은 자기 인생의 주체자로서 완전한 자립이기 때문입니다.

전윤선 씨는 장애인 여행가로서 스스로 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풍경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구수한 시골 인심과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그러한 이야기는 항상 즐겁고 긍정적입니다. 늘 세상을 비판하고 개조해야 한다고 울부짖는 저와는 전혀 다릅니다. 긍정의 여행이라 피곤하지도 않나 봅니다.

긍정은 하나의 바이러스처럼 다른 사람도 즐겁게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래서 용기와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나부터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전윤선 씨는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식 없는 진정한 긍정이 전윤선 씨의 재산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윤선 씨를 동경합니다. 그리고 전윤선 씨의 이야기를 동경합니다. 이제 여러분들도 이 책을 펴는 순간 그 동경의 세계로 초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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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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