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사막마라톤 첫날 강행군을 마치고,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kbs 방송 캡처

"관장님, 여기서는 해가 지는 게 아니라 떨어지고 있네요.”

대지와 하늘을 가르는 광활한 지평선으로 일몰이 가까울수록 해가 떨어지듯이 보일 테지. 진종일 지표 온도를 50℃가 넘게 대지를 달구던 태양이 떨어져버려서 그런지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에스컬레이터의 하강 속도처럼 기온이 뚝 떨어지는 걸 몸으로 확연히 체감할 수 있었다.

방풍 재킷을 꺼내 입었다. 기온이 떨어지고 나니 체력도 함께 떨어지는 것 같다. 이미 체력이 고갈되어 버려서 떨어질 여력이 없을 테지만, 등에 지고 있는 배낭이 누르는 무게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인백씨, 괜찮아? 내 몸에는 에너지가 한 방울도 없는 것 같은데.”

“관장님, 파워젤 있잖아요. 그걸 좀 드세요.”

“속이 울렁거려 못 먹겠는데….”

“그래도 물하고 함께 억지로라도 드세요. 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나는 억지로 파워젤 한 개를 짜서 먹고 물을 마셨다.

“관장님, 제한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힘내자구요.

민이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잖아요.”

나는 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으로 흐르는 전류 같은 그

무엇을 느꼈다. 그것은 민이가 기다리고 있는 캠프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 알지 못할 힘이었다.

나는 그 힘에 이끌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옭죄어 오는 제한 시간과 민을 보고 싶은 초조함 때문에 서두르다 넘어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관장님, 캠프가 보여요. 조금만 힘내세요.”

넘어지고 일어서고 하기를 반복하는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인백씨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 역시 체력이 고갈되어 넘어진 내게 손을 내밀 여력조차 없겠지.

“관장님, 캠프 주위를 거대한 기암괴석이 둘러싸고 있어서 마치 성채 같아요.”

마침내 32㎞를 달려서 첫날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나의 도착

순위는 꼴찌였다. 그렇지만 나는 고갈된 체력의 바닥에 남아 있는 진기를 끌어 모아 만세를 부르며 당당히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아버지….”

민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내 목을 끌어안았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뭉클거리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민이가 배낭을 받아서 들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구중회 PD가 조용히 말했다.

“송 선생님이 어디쯤 오시나 하고 아드님이 언덕 위를 수십 번도 더 올라갔다 왔습니다. 대회 규정만 아니었으면 아드님이 달려가서 송 선생님 배낭을 메고 왔을 겁니다.”

나는 구중회 PD의 말을 들으면서 나머지 구간을 반드시 완주해야 된다는 새로운 명제를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아들 민이가 이곳까지 와서 자원봉사를 하고난 결과의 열매는 끝까지 완주를 마친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이기에.

첫날 32㎞를 주파한 기록은 10시간 19분 39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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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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