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필자는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장애인들이 받고 있는 무료·할인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한 내용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지만 주요한 주제는 장애인을 위한 수수료 할인과 무료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장애 당사자로서 무료 서비스 확대에 대해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비장애 동료들의 반응에 조금 놀랐다.

당시 비장애 친구들 중 여럿은 장애인들은 언제나 뭔가를 무료로 달라고만 한다고 불평스럽게 이야기 했다. 또한 그 친구들은 장애인들이 무료나 할인을 받으면 대신 우리 같은 비장애인들은 더욱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면서 장애인을 위한 무료·할인을 확대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은 필자는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냥 별다른 논쟁없이 그 순간을 넘기기는 했으나 그 이후로도 그 친구들이 한말이 줄곧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 일 이후에도 몇 번이고 비장애 친구들과 이와 비슷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매번 비장애 친구나 동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언젠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무료·할인 서비스의 종류를 알아본 적이 있다. 정확한 수는 아니지만 대략 그 종류는 9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 역시 장애인을 위한 무료·할인 서비스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으며, 어찌보면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참으로 잘 되어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장애인들이 그러한 무료·할인 서비스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말해, 일부 무료·할인 서비스가 장애인 복지의 전부 혹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여 그러한 무료·할인에 만족하면서 정작 장애인 재활과 자립에 필요한, 보다 중요한 서비스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또한, 진정 많은 장애인들은 사회자립과 재활을 위해서 노력하며 사회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나 일부 장애인들은 그러한 무료·할인 서비스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당연히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장애인을 위해서 간접적인 소득보장인 무료·할인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장애인이 그러한 서비스가 필요한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소득을 간접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료·할인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수입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거나 가시적인 장애인 복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간접소득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간접소득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초기 장애인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궁극적인 장애인의 재활과 사회자립 달성을 위해서는 무료·할인 서비스를 넘어 장애인이 자립과 재활을 하는데 필요한 직접적인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받아야 한다.

이제는 장애인들이 단순히 무료·할인 서비스에 만족하지 말고 진정한 사회자립과 재활을 위해 필요한 직접적인 서비스를 받도록 요구해야 한다.

필자 주위의 여러 장애인들은 사회 자립과 재활을 위해 장애인 복지관과 같은 복지관련 시설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장애 복지 시설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이 장애를 수용하고 사회 자립과 재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직접적인 서비스를 장애인의 개별적인 특성과 욕구에 따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복지 서비스 이용 소비자인 장애인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직접적인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인 자립과 재활을 달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무료·할인 서비스가 복지 서비스의 주가 될 것이 아니라, 사회자립과 재활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직접 서비스가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주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료·할인 서비스 확대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려울 수 있으며, 비장애인들의 부담감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재활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무료로 받더라도 경제적인 자립을 달성한 후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자부담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장애인 복지 서비스 확대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도 보다 용이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무료·할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장애인을 보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의 장애인들이 모두 잘 사는 것도 아니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장애인들 역시 직장을 잡기 어렵다.

처음에 필자는 미국의 장애인들이 우리와 같은 무료·할인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으나 나중에서야 그러한 무료·할인 서비스보다는 장애인이 자립을 하는데 필요한 여러 직접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받는 것을 발견하고 미국 장애인 재활의 핵심적인 철학과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무료·할인 서비스보다는 재활을 위한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장애인들은 우리와 비교해 무료·할인 서비스를 거의 제공받지 않지만 직접적으로 재활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개별적이며 구체적인 서비스는 전폭적으로 제공받고 있다.

우리도 장애인 복지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애인 스스로가 몇 퍼센트 할인 서비스 등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진정 자립과 재활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 체계를 구축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장애인 복지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며, 선진적인 방향으로 복지 서비스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장애인들은 보다 나은 직접 서비스를 통해 사회자립과 재활을 이루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것을 정부나 국가에 요구하는 것이 진정 장애인 복지 영역을 발전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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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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