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윤리과목을 생각하면 따분한 도덕적 행동이나 난해한 이념과 사상을 주장하는 철학자들의 이론들이 주로 생각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윤리에 대한 선입견일 수 있다.

윤리란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위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와 규범을 제시하고 있으며 인간이 사회적·도덕적으로 타당한 행동을 하도록 규정하는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 복지·재활 영역에서 윤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장애로 인하여 비장애인과 비교해 심리적·정서적·사회적인 어려움을 더욱더 겪을 수 있다. 즉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심리적·신체적으로 더욱더 취약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장애인을 대하는 장애 복지 종사자의 윤리적인 행동을 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과 종사자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써 인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문제점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복지 종사자를 위한 윤리적 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윤리적인 행동을 규정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 윤리강령이다.

윤리강령은 윤리적·비윤리적인 행동의 범위, 특성 등을 규정한 일종의 공식적인 문서로써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의 윤리적인 행동을 규율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침서이다.

대표적인 것은 사회복지사윤리강령으로써 사회복지사들이 기본적으로 준수해야할 윤리적인 행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윤리강령은 사회복지의 전체적인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장애와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규정하고 있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복지·재활 분야에 적합하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를 위한 장애에 특성화된 윤리강령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개별적 대인 서비스의 하나로 상담 서비스가 폭넓게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특성에 기초해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이미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활상담사의 윤리적인 행동을 규정하는 재활상담사윤리강령을 도입하였다.

미국 재활상담사윤리강령은 단순히 윤리에 대한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장애 재활 영역에서 종사하는 재활상담사의 윤리적인 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재활상담사윤리강령은 섹션A에서 섹션L까지 총 1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활상담사윤리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섹션A에서 섹션C에서는 재활 종사자와 장애인과의 개별적인 상담관계, 장애인의 개인정보 및 개인사생활 보장, 장애인 권리의 옹호와 접근성 보장 등을 규정함으로써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윤리적인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섹션D에서 섹션G에서는 재활 종사자의 전문가로서의 의무, 타 전문가와의 관계, 전문적인 평가·사정 등과 관련된 내용, 섹션H는 재활 분야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와 기관의 수퍼바이저를 대상으로 하는 윤리적 규정, 섹션I는 연구자의 연구 윤리, 섹션J는 테그놀리지와 윤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재활상담사윤리강령의 특징은 장애인 재활과 관련된 여러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행동을 포괄적이며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뿐만 아니라 강제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즉 재활상담사가 윤리강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미국 재활상담사협회가 경고, 재활상담 업무의 정지, 재활상담사 자격 박탈 등을 명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제적인 규정에 의해 재활상담사는 윤리강령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다하며 결국 장애인에게 벌어질 수 있는 비윤리적인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복지·재활 분야 종사자의 윤리적인 행동을 규율하는 윤리강령이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사회복지사윤리강령은 강제성이 없어 사회복지사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규제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사회복지사가 비윤리적인 행동을 범해도 자격증이 정지되거나 박탈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2013년에 한국재활상담사협회가 설립되고 미국의 재활상담사윤리강령을 기초로 우리나라 현장에 맞는 한국재활상담사윤리강령이 발표되었다.

수십 년 동안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반듯한 윤리강령 조차 없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라도 장애인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하여 장애인 복지·재활 종사자의 윤리적인 행동을 규정한 윤리강령이 도입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장애인 복지·재활 종사자의 윤리적인 감수성과 예민함을 높이기 위해서 종사자들은 윤리강령에 기초하여 비윤리적인 행동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며 윤리강령의 틀 안에서 언제나 윤리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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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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