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국립재활원에서 개최된 성재활 세미나를 다녀와서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적고자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아무리 개방이 되었다 해도 성(性)문화는 아직도 폐쇄적이고 많은 부분 금기시 되어 있다. 그러기에 장애인들의 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이고 불경스럽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임에도 20년 전부터 장애인의 성에 대한 연구를 해 오신 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님과 많은 관계자들의 인내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성재활 세미나가 15년이 되었다는 역사성에 다시 한 번 더 박수를 보낸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이 세미나는 그야말로 성에 대해 원초적이고 감각적인 것보다는 철학적이고 다분히 심오한 인문학 강의를 들은 것 같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2부 순서는 백주 대낮에 척수장애와 뇌병변 장애인 당사자의 경험과 발달장애인 어머님이 경험한 자녀의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에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그 용기에 감탄을 한다. 이렇게 자신있게 고백할 수 있는 용기는 분명 사회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혈기왕성한 시기에 감각장애와 운동장애의 영향으로 졸지에 성기능이 마비가 되고 주도적이고 상호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오는 자괴감은 누구도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때문에 소극적이 되고 사회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럴 때 전문적인 성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동료상담이 필요한 것이다.

세미나 내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것은 진작 우리의 문제인 이것을 장애계 내부에서 활발한 논의조차 안 되고 또한 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성문제는 자립생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필자 자신도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타 장애유형의 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었음을 시인한다. 이는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성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고 종족보존을 위한 본래의 목적 외에도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등 다양한 목적성이 있다. 그러므로 성은 밝고 유쾌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애인의 성은 사회의 편견과 일그러진 오해로 무시되어 왔고 그 결과 장애인 스스로에게도 주위의 눈치를 봐야하는 소극적인 유전자가 생성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은 비장애인의 전유물은 절대 아니며,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누려야 할 권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건전한 성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긍정적 호기심이 필요하다. 생애주기에 맞는 성에 대한 지식의 습득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교육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 장애인의 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이겨낼 수 있고 부정적인 내성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은 상호적이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배려와 매너에 대한 습득도 필요하다. 자신과 타인의 건강한 성에 대한 존중과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인 노력으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장애도 하나의 다양한 개성의 하나이고 더욱이 장애인의 성은 또 다른 다양성 중의 하나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사회의 논리 자체가 이분화하기를 좋아하고 다수결의 논리로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기 쉬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성은 인권으로서의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불쌍하고 측은한 눈길이 아닌 당당하고 당연한 권리로서 인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이고 주입식인 성교육보다는 쌍방향의 정보교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양성화되어야 하고 공개적이어야 한다. 또한 당사자의 교육도 필요하지만 장애인 부모와 배우자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장애인의 성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이슈가 아닌 지속성이 필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반발과 반대도 심하겠지만 어차피 장애인의 문화라는 것이 처음부터 환대를 받으며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최근의 성수소자의 퍼레이드도 질타를 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정을 할 것이다. 그만큼의 내성과 인내만 있으면 문화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참에 장애인의 성문화를 학문적으로도 정립을 시키고 차제에 금번의 세미나를 축제(페스티벌)로 확대하여 용기의 장(場)으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싶다.

각 유형의 장애인 단체도 참여하고 전시도 하고 퍼레이드도 하자. 성문화에 대한 정보도 얻고, 그늘에 있었던 장애인의 성을 태양 아래로 내놓아 건강하게 만들자.

보편타당한 장애인 성문화에 대한 노력은 가치가 있다.

세미나 순서 중에 열띤 토론 시간. ⓒ이찬우

행사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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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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