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함에 있다. 교육기본법에서는 이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것으로 인격 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 등을 들고 있다.

특수교육의 목적은 일반교육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 방법이 다를 뿐,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목적은 같다.

‘목적은 목적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좋은 목적을 두고도 우리 교육 현실이 입시 위주로만 휘청거리는 것도 목적을 목적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아동을 교육할 때 다른 것들보다 ‘자주적 생활능력’만 강조되기 쉽다. 물론 ‘자주적 생활능력’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교육 목적이다. 그러나 ‘자주적 생활능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장애가 없다고 해서 누구에게도 도움 받을 필요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장애가 없다는 것은 ‘지속적이고도 큰 장애’가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일들을 사회를 통해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해결해 나간다.

‘자원봉사’는 사회 속에서 공공기관의 역할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개개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서로 돕는 활동이다.

최근에는 초등학교부터 자원봉사를 가르치는 교육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을 교육하는 사례가 많다.

간혹 특수학교나 학급에서 무슨 자원봉사 교육이 필요하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장애’와 ‘자주적 생활능력’에 대한 큰 오해다. ‘장애’는 불편함이지 불가능함이 아니다. 자주적 생활능력이란 것은 혼자 사는 능력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능력이다.

특수학교나 학급에서 교사들에 이끌려 학생들이 몇 번 자원봉사 활동을 해 봐야 거기서 끝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졸업한 학생들 중에는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멋있게 살아가는 사례들이 있다.

본동종합사회복지관 벽화봉사단 4기 김가은씨와 친구들. ⓒ최지영

동작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벽화 작업 중인 모습. ⓒ최지영

올해 초 필자가 처음 수화를 배웠던 동작구 수화통역센터로부터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수화통역 봉사를 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동작구 본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매년 ‘벽화봉사단’을 운영하는데, 이번에 봉사단에 참가 신청을 한 봉사자들 중에 농인들이 있어 담당자가 지역 수화통역센터로 문의를 했던 것이다.

애화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 올해 사회초년생이 된 김가은씨는 인터넷에서 봉사 활동을 찾아보고 몇몇 친구들과 함께 신청하여 현재 ‘벽화봉사단’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에게 봉사활동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 초, 중,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배우거나 권유받은 적이 있는지?

김가은 : 초, 중,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안내해 주셔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장건호 : 학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많이 했었다. 사랑의 집짓기, 변산공동체, 바자회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었다.

-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언제인지?

김가은, 장건호 : 초등학교 5, 6학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 자원봉사를 신청했을 때 농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가?

김가은 : 없다. 자원봉사를 신청했던 곳 모두 참여 할 수 있었고 활동했다.

장건호 : 없다.

- 자원봉사를 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

김가은 :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의사소통보다 활동이 많을 때는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벽화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건호 : 거의 불편한 일이 없지만, 성격 급하신 분을 만나게 되면 의사소통 하는데 불편함이 있다.

- 자원봉사를 하면 어떤 점에서 좋은가?

김가은 :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시야가 넓어지고, 사회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기 때문에 자원 봉사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장건호 : 봉사 활동을 하고 나면 큰 보람과 행복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어 좋다. 나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가 있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본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벽화봉사단은 올해로 4기를 맞았으며, 12월까지 동작구 지역에서 벽화 그리기 봉사를 한다. 4기 봉사단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해온 이들의 활동 역시 12월까지 계속 될 것이다.

자원봉사가 단순히 봉사 점수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바른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각 학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자원봉사 교육은 개인의 능력 향상에만 치우쳐져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보다 인간다운 삶으로 균형을 맞춰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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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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