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건강보험정책심의회에서는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을 논의한다. 보험적용 확대로 보험료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것인데, 최소화해도 2.2% 정도는 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보험적용 서비스를 늘리는 것은 정부이고, 적용범위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 건강보험공단의 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험료 부과가 어느 정도 더 인상되어야 하는지는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추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건강보험정책심의회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 심의회 구성원이 병원협회, 의사협회, 약사회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돈을 내는 사람은 없고, 받아갈 사람끼리 모여서 회의를 한 꼴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보험적용 확대가 필요한 장애인의 보조기구나 치료비 등의 보험적용 논의가 없이 인상만 논의된 것은 너무나 아쉽다.

최근 복지부는 건강보험 부과기준을 재산을 기준으로 하던 지역가입자를 모두 소득기준으로 하겠다는 방침은 민감한 사안이라 9월에 결정하겠다고 미루기는 하였으나, 국민들의 저항을 지연하기 위해 논의에서 시간을 버는 것이지 정책으로 결정을 한 이상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1500만명, 직장가입자는 3500만명이다.

지난 16일 열린 건강보험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의 회의자료에 의하면 종전의 집이나 자동차 등 부동산으로 보험료를 내던 지역가입자의 84%는 보험료가 줄어들지만, 직장가입자의 34%는 보험료가 인상될 전망이다.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는 기본료 8,240원을 내게 되지만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기타 소득이 있는 사람은 보험료를 더 내게 되며, 피보험자로 직장가입자에 올라 있던 자녀들의 소득이 잡혀 556만명이 별도로 건강보험료를 내게 된다. 그리고 급여 외 기타 소득이 있거나 퇴직금 등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재산을 조사하여 어느 정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전셋집에 살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지는 건강보험 기준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실제 소득이 없음에도 소득으로 환산하여 보험료를 부과하는 부당성을 해결할 수 있다.

장애인의 경우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집은 있으나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 부담스러운 보험료를 내야 하므로 결국 미납자가 되거나 장애인연금으로 보험료를 내야 하는 아픔은 해결될 수 있다.

반면에 외산차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적게 내는 사람이 있어 결국 세금 잘 내는 사람이 봉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있을 것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원천징수가 가능한 것을 부과기준으로 하여 미납자를 대폭 없애겠다는 계산도 들어 있고, 일일이 재산조사를 하지 않고 세금신고를 기준으로 하여 편리하게 소득을 파악하여 조사인력을 줄이고, 세무자료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편리성도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다면 건강보험공단은 인력을 줄이고 국민이 낸 보험료 중 운영비나 경직성 인건비 지출은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다.

이 계획 속에는 국가가 국민 개인별 소득을 어느 정도 지하경제에 대한 파악이 가능해졌다는 자신감이 녹아 있다. 물론 종교인처럼 소득신고를 하지 않지만 고소득인 경우 보험료는 기본료만 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과거 비닐하우스촌 주택개선사업으로 임대입주자를 심사할 때에 집이 없어 입주순위 영순위이지만 조사를 해 보면 외국산 차를 보유하고 있고 소득이 수억원인 사람이 수두룩했다는 사실에서 지금도 비양심적인 사람만 덕을 보는 제도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84% 지역가입자가 보험료가 줄지만 이는 1천만명이고, 직장가입자 3500만명과 기타 소득을 따지지 않고 가족에게 피보험자로 가입했던 550만명은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이고, 이에 인상율까지 합치면 상당한 인상이 예견된다.

국세청은 국민의 소득을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볼 명문이 더 생겼으며,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연말정산시 환급금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여 9원을 더 받아야 할 것을 10원을 받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의 복지서비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에서 건강보험료도 재산을 따지지 않는데, 생활에 필요한 소득이 아닌 재산을 평가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아무런 소득이 없어 생활이 어려움에도 집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여 생활이 어려웠던 사람은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수급자 선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게 된다.

장애인 연금의 경우 실제 소득이 아닌 소득환산액을 기준으로 중증장애인 소득 순위의 현재 63%, 장애인연금법 개정 이후 새로이 적용되면 70%까지 장애인연금 수혜 대상자가 되는데, 이 역시 개인이 모르고 신청을 하지 않으면 혜택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소득환산액은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의 자료를 참고하고 있다. 소득평가액을 산정하기 위해 이미 건강보험료 부과를 위해 조사해 놓은 자료가 이제는 의미가 없어지므로, 별도로 조사를 해야 하거나, 아니면 새로이 부과기준을 변경하여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인이 소득이 없고 재산에 따라 수혜자가 되느냐 마느냐가 판가름나는 것에서 이제는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수혜자가 바뀔 것이고, 국민 상당수는 일하지 않아야 수혜자가 된다는 믿음이 강해져 스스로 자립하려는 의지는 더욱 약해질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에서의 자부담 역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상위 몇 %의 소득자인가를 파악하는 기준이 되어왔다. 장애인 상당수가 소득이 없어 그 동안 재산으로 인한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했는데, 보험료가 줄어드니 활동보조 서비스에서의 자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사람은 보험료도 늘고 활동보조서비스의 자부담도 동시에 늘어나게 된다.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면 국민 전체의 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부과기준의 금액이 인상될 것이고, 평균 소득의 새로운 기준액 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어떤 장애인은 새로운 수급자가 되거나 새로이 활동보조 서비스의 자부담이 줄어들겠지만, 어떤 장애인은 이중으로 부담이 늘어나 삶의 고통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는 덜 내는 사람의 금액 총액과 더 내는 사람의 금액 총액이 서로 상쇄되어 제로가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내는 사람의 금액이 많도록 설계할 가능성이 있다.

마치 전기료 감면에서 종전의 사용료 20% 할인에서, 균일하게 8000원 할인으로 변경하면서 더 내는 사람과 덜 내는 사람의 금액의 차를 한전의 수익으로 가져간 예가 있으니 충분히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

건강보험 부과기준 개편이 8천억원에서 1조원의 보험료가 더 걷힌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제도개편을 빌미로 국민은 개인별 손익을 따지고 있을 때에 국가는 국가의 수익증가를 꾀하는 것이다.

정부는 제도의 불합리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제도를 개선하기도 하지만, 규제개혁의 실적을 위해서도 하고, 개선을 통하여 국민에게 혜택을 더 주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지만 사실은 정부의 수익을 표나지 않게 슬그머니 올리는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

건강보험료는 모든 소득의 기준으로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의 대상자 선정 기준과 연계되어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를 위해 조사한 데이터가 가장 체계적이고 신뢰성이 있다고 믿는 것도 있지만, 새로이 조사를 별도로 하는 경비와 수고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건강보험료의 부과기준의 변화는 복지 서비스 대상자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유로 작용하여 더 이상 현재의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정부가 먼저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고, 장애인계가 철저히 건강보헙료 부과기준 변화에 따른 영향을 검증하고 정부와 협상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단순한 건강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의 대상자 선정기준과 연계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의 변화는 장애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완전히 판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고, 많은 장애인들이 희생되어 신음할 수도 있다. 장애인계가 현명하다면 오히려 현재의 과부과되는 자부담 등의 합리화를 꾀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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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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