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활과 자립을 위한 여러 서비스.ⓒ서원선

시혜(施惠: 은혜를 베푼다)적 복지란 흔히 정부나 기관에서 복지 대상자에게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풀어주는 정도의 복지를 말한다. 물론 시혜적 복지는 정부가 돈만 있다면 쉽고 빠르게 여러 사람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은 떠다니는 공기나 흐르는 물처럼 무궁무진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단순히 시혜적으로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생산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여러 복지 국가들이 있지만 미국이야말로 시혜적 복지를 지양하고 생산적 복지를 추구하려는 대표적인 국가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재활하고 사회통합 하여 자립생활을 달성하는 것을 장애인 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직업을 통한 재활을 택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직업의 중요성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직업재활의 의미와 미국의 직업재활은 사뭇 다르다.

특히 직업재활 이라는 이름 하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범위와 수준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우리는 직업을 구하거나 직업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서비스를 직업재활 서비스로 명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직업재활 서비스로 간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직업재활은 단순히 직업과 관련된 직접적인 서비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재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말한다.

그래서 미국식 직업재활 서비스는 장애인 재활·자립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하다.

또한,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 서비스의 제공 목적은 명확하다. 단순히 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유지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

미국 재활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며 핵심적인 것은 장애인의 직업 혹은 재활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인의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정부 재활기관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비용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시혜적 복지를 통해서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한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재활과 사회자립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직업훈련·알선·배치서비스 만으로는 불충분 하다. 장애인이라도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는 교육도 받아야하며 장애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나 부적응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장애로 인한 의료적 서비스도 필요하다.

또한, 장애가 중증일수록 보조·공학기기를 더욱더 필요로 한다. 그래서 미국의 주정부 재활기관에서는 장애인이 직업을 찾기 위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목록.ⓒ서원선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고용 서비스를 포함하여 직업알선·배치, 기초직업훈련(예를 들어, 이력서 작성, 모의 직장면접, 기초대인훈련 등)과 같은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직업 활동과 구직에 필요한 주요 서비스 역시 제공한다.

예컨대, 장애인의 능력을 평가한 후 교육이 필요한 경우에는 교육비를 지원한다. 대학이나 대학원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교육비뿐만 아니라 요리사, 이발사, 상담사 등과 같은 전문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운전면허 교육, 직업훈련·교육 등등 교육과 관련된 서비스 비용을 제공한다. 게다가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대 서비스 즉 교재비, 1대 1 과외비, 문구비 등도 제공한다.

장애로 인한 우울, 불안, 소외감 등과 같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장애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전문 심리 상담이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장애인의 사례를 맡은 종사자인 재활상담사의 재활상담 서비스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심리적 부적응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보다 강도 높은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와 연계하여 심리적인 어려움을 감소시키도록 한다.

중증 장애인일수록 직업을 찾고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활기기나 재활공학을 이용한 보조기기를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주정부 재활기관에서는 장애인이 이동, 학업, 훈련, 의사소통 등과 같은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보조기기를 구매하여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동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차량개조나 주택개조 서비스 등도 제공하여 장애인들의 이동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안경, 콘택트렌즈 등과 같은 의료기기도 장애인의 직업 활동과 자립에 필요하다면 구매하여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활동성을 높인다.

의족이나 의수 역시 장애인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제공하며 맞춤형 재활 기기의 경우에도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공한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서는 기타 부대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동에 필요한 대중교통 무료 이용권, 활동지원, 수화통역 서비스 등도 연계하여 장애인에게 제공한다.

이와 같이 미국 장애인 직업재활 서비스의 의미는 장애인이 직업을 구하고 사회 자립을 달성하기 위한 종합적이며 생산적인 서비스를 의미한다.

미국이 이러한 종합적인 서비스 전달이 가능한 주된 이유는 재활법(Rehabilitation Act)에 의해서 장애인 재활을 위한 예산이 확보되어 있으며 지역사회의 자원이나 인력을 적극 활용하여 장애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개별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원스톱(one-stop) 전달 체계를 통한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시간 낭비를 줄이고 서비스의 중복 제공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종합적인 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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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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