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이 비통함에 젖어 있는 요즘 연일 방송에서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로 모든 국민들이 실종자들의 생존 소식을 기다리며 TV앞을 지키고 있을 때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은 사고 발생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지만 구체적인 사고의 경위나 구조를 둘러싼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 그리고 속속 보도되고 있는 청해진 해운의 방만한 운영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둘러싼 보도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농인들을 만나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뉴스에서 보도되는 내용의 요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장애인방송고시에 의거한 의무사업자들이 자막방송을 제공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언론사가 정규방송을 중지하고 특별 방송을 편성하는 상황에서 수화통역방송이 편성되지 않아 농인들은 세월호와 관련한 핵심적인 정보를 취득할 수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전 국민이 역사적인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감을 회복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 수많은 농인은 그 감격을 고스란히 같이 할 수 없었다.

방송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 관련 뉴스가 보도되었지만 농인들은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 만찬을 하는 장면 등 특정 화면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왜 똑같은 뉴스를 계속 반복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물론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있지만 시시각각 들어오는 소식들을 전해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하는 농인의 입장에서는 계속 반복되는 화면만을 보고 그렇게 오해하게 된 것이다.

혹자는 문자는 알고 있으니 신문이나 자막방송을 통해서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를 들으며 배우지 않는 농인에게 한국어는 제 2 외국어와 유사하다.

따라서 문해력이 부족한 농인들은 자막을 통한 정보취득에 제한이 있어 수화통역이 꼭 필요하나 정책입안자나 방송관계자들이 농인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가적인 관심사에서 농인은 항상 열외가 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진과 관련한 재난방송을 할 때 별도의 수화통역화면으로 통역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자 바로 옆에서 수화통역사가 안전모를 쓰고 수화통역방송을 제공한다.

얼마 전 남아공의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엉터리 수화통역을 해 전 세계 농인들의 지탄을 받은 그 사람도 바로 오바바 대통령의 옆에서 수화통역을 하고 있었다.

지구상의 한점 밖에 되지 않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전 세계인들이 놀랄만한 경제 성장을 이룬 이면에 한국수어 사용자인 언어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농인들도 그것이 알고 싶다. 수어를 통해 방송을 통한 정보를 습득하고 국가적인 관심사에 청인 국민들과 함께 동등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왜 세월호 사건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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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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