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유지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는 품위(品位)는 직품(職品)과 직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사물이 지닌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이라고 하고 유지(維持)는 어떤 상태나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하여 지탱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스스로를 표현하고 존중받으려는 최소한의 방어적인 태도라고도 볼 수 있겠다.

과도한 품위유지비는 문제가 되겠지만, 직급의 유지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은 개인이나 기관의 값어치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인격이나 품격의 유지가 아닌 장애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

비장애인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위해 비용이나 수고가 들어간다면 이는 경쟁사회에서 당연히 비효율적인 요인이 될 것이고 경쟁력 하락의 요인을 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이 원치 않는 비용을 평생 지출해야 한다면 이것은 더욱 더 불평등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척수장애인은 손상 이후부터 장애를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는 구조를 가졌다.

사지마비나 하지마비로 거동이 불편하고 소·대변처리 등의 신변처리, 욕창방지를 위해 밤낮으로 체위를 변경해야 하므로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다. 보험처리가 안되는, 한 달에 250만원 정도의 비용은 병원비 중에도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동을 위해서 휠체어는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전동이나 수동휠체어는 정부의 보장구 급여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자부담을 들여 구입을 해야 한다. 이 또한 내구연한이 있어 4~5년 주기로 바꾸어야 한다.(현재 수동휠체어 48만원, 전동은 209만원의 80%를 지원해주고 있다.)

휠체어도 하나로 만능사용이 아니라 실내용 또는 목욕용이 필요하기도 하다. 전동휠체어를 타시는 분은 승용차량의 트렁크에 수납이 가능하도록 수동휠체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욕창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욕창방석도 필요하고 이것도 하나로 다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욕실에도 자동차에도 필요하니 여러 개 구매하기도 한다. 이 또한 고무제품으로 수명이 있어 주기적으로 구매를 해야 한다.

그리고 관절이나 체형의 변형을 방지하고 유지하기 위해 각종 기구(관절운동기, 기립기 등)도 필요하다. 또한 사지마비의 경우는 실내에서의 이동을 위해 전동리프트가 필요하다.

이런 장비들이 있어야 할 공간이 필요하니 넓은 거주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이동을 위해서 차량이 필요하고, 이 또한 휠체어의 수납을 위해 배기량이 큰 차가 필요하고, 핸드콘트롤, 리프트 등의 추가 개조비용이 필요하다.

비장애인들은 아무 일도 아닌 소·대변처리를 위해서도 비용이 들어간다. 소변을 위해 도뇨카테터가 필요하다.

이는 하루에도 여러 개씩 수명을 다할 때 까지 구매하여 사용해야 한다. (선천성신경인성 방광환자에게는 한 달에 24만원까지 요양비에서 지원을 하고 있으나, 같은 증상인 척수장애인에게는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소독약, 젤리, 비닐장갑 등이 필요하고 외부에서 사용할 휴대용 카테터도 구입해야 한다. 항상 실변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생용 패드도 여유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소변조절, 혈압, 통증, 강직 등을 위한 처방약을 평생 먹어야 하니 이 또한 원치 않는 비용의 발생이 된다. 성기능에 문제가 있으니 비아그라와 주사약의 처방을 위해서도 돈이 들고 보형수술을 위해서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최중증의 척수장애인은 한 달에 100만 원가량의 렌탈비가 필요하나 이 것 또한 보험적용이 안 된다.(희귀난치성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손의 거동이 불편한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은 밥을 먹을 때도 보조기기기 필요하니 이를 위해서도 추가 비용이 든다.

밥을 먹어도 위생에 민감한 장구조를 가지고 있어 아무 음식이나 못 먹으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하고, 좌식구조로 된 곳보다는 테이블식 구조의 식당을 찾다가 늦은 식사를 하기도 한다.

숙박시설을 구할 때도 아무 곳에서나 잘 수 없다. 침대가 있고 화장실이 넓은 곳을 찾아다니러 시간을 소비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많아 열거하기도 화가 날 정도이다. 이렇듯 척수장애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척수장애인은 장애유지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간다. ⓒ이찬우

이런 비용의 지출 때문에 노후준비는 언감생심이고 하루하루를 허덕이는 경우도 많고, 개인소득으로는 보장이 안되기 때문에 그나마 의료비나 주택, 기타의 지원을 받으려고 자의든 타의든 국가 지원(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그늘로 아무런 저항없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원해서 장애인이 되는 사람은 없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경쟁을 하고 협업을 하려면, 원치 않은 장애로 인한 비용은 국가적으로 충분히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형편에 맞게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고 생각내기용 천편일률적인 지원이라면 이 또한 차별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장애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복지차원에서 지원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경제적인 수입을 얻어야 비로소 정당한 경쟁관계가 된다고 본다.

즉, 개인이 장애유지를 위한 비용에 걱정을 하지 않는 사회가 제대로 된 복지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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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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