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애급수는 의료전문가가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며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개인적 특성, 생활환경, 재활욕구 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커다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 우리나라 장애 서비스 제공 체계와 패러다임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20여년이 넘도록 장애등급제를 실시해오고 있기 때문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은 커다란 변화임은 분명하다.

장애등급제를 실시하지 않는 미국과 같은 나라가 발전해 온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준비해야할 것들이 있다. 그중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전문화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현재는 정해진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분배하고 있어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하는 적격성 심사와 같은 절차가 없으나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면 종사자는 장애인의 장애 특성, 개인적 욕구, 생활환경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적격성 심사는 재활 서비스 과정 중 아주 중요하며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써 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재활전문가가 이러한 업무를 실행해야 한다.

게다가 장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종사자가 장애인이 재활 과정 중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상담하며 장애인에게 맞는 개별 서비스를 조정·연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업무를 재활상담사라는 전문가가 수행하고 있다. 재활상담사는 장애인이 재활서비스를 통해 경제적·사회적인 자립을 이루도록 지원하며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고 있다.

재활상담사는 장애인을 처음 만날 때부터 장애인이 재활서비스를 받고 자립을 하기까지 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람으로서 장애인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연계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장애인이 장애로 인한 심리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사의 역할 또한 수행한다.

이 뿐만 아니라 재활상담사는 장애인이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받지 않도록 언제나 장애인을 옹호·지원하는 옹호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일은 전문적인 업무이며 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력을 가진 경우에만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보장하기 위해서 재활관련 학과에서 재활상담을 교육하고 있으며 장애 관련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활상담사 자격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재활상담학은 장애의 특성, 재활과 장애 정책, 장애로 인한 심리사회적 영향, 재활상담이론, 진로상담이론, 장애인 재활윤리, 장애와 사회 등등 장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재활상담을 전공한 학생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과목을 이수한 후 600시간 이상의 인턴쉽을 완수함으로써 기초적인 재활 실무를 익히고 있다.

또한, 재활상담학과를 졸업했다고 자동적으로 재활상담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재활상담사로 인정받는다.

재활상담사 자격증 시험은 총 175개의 객관식 문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애에 대한 기초 지식을 검증하는 전문 자격시험이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재활상담사 자격 검증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공인재활상담사라고하며 이러한 공인재활상담사가 장애 관련 기관에서 주로 장애인을 상담하고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로서 일하게 된다.

미국이 이렇게 까다롭게 재활상담사를 양성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하고 차별 받기 쉬운 장애인에게 재활 서비스를 전달하는 종사자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보장하여 장애인에게 최상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적격성을 심사하는 인력과 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선의 재활 종사자들의 역할은 현재보다 더욱더 강화될 것이며 전문성 역시 강조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장애 복지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의 다수는 사회복지를 전공한 경우가 많으며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장애 복지 종사자들이 과연 장애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 전공의 경우 사회복지 필수과목 중 장애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과목은 없으며 선택과목으로 장애인복지론이나 정신장애 관련 수업 1-2개 정도만 개설되어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복지론과 같은 일반적인 수업 한 과목 만으로는 복잡하고 개별적인 장애의 특성, 장애인의 욕구나 어려움, 장애관련 제도나 정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장애인과 직접 부딪히면서 지식을 얻을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인 전문 지식 없이 장애인을 대하는 것은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장애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혹시 비장애인이라면 어느 누구나 장애인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전문성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필자 역시 장애 당사자 입장에서 전문성이 없는 종사자로부터 그저 그런 서비스를 받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5-7살짜리 아이를 담당하는 유치원 교사가 되려고 해도 많은 양의 수업을 통해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며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한, 특수학생을 맡는 특수교사가 되려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역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장애인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 전공자들도 보다 수준 높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보다는 많은 양의 수업을 통해 장애와 관련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해야하며 자격제도를 통해 전문성을 검증해야 한다.

미국의 재활상담사처럼 장애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미국의 재활상담사들과 동일한 수업량과 실무경험을 적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재활상담사 자격증과 같은 자격을 취득하도록 유도하여 장애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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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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