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시기가 되면 항상 여야가 대립되는 이슈가 등장한다. 이 대립되는 입장이 공약으로 반영되면서 서로 공방을 하고 선거권자들이 어느 입장을 지지하는가에 따라 선거바람이 불면서 당락과 당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료급식이 가장 큰 이슈였다. 야권에서는 무료급식을 주장하면서 이를 공약화하였고,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지나친 예산 투입이라며 이를 반대, 예산 집행을 거부하였다. 첨예하게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가 대립한 사례였다.

어느 것이 맞는가에 대한 정답은 사실 없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집중하기 위해 선별적 복지를 하자는 것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서비스되어야 한다는 것은 형평상, 국민 정서상, 예산 감당 능력상, 시대상 차이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다.

보편적 서비스를 하기 위해 다른 복지가 발전하지 못했다거나, 보다 많은 양의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자가 보편적 복지 서비스 때문에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그에게는 보편적 서비스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2010년 당시에는 보편적 복지가 정답이었다. 선거 결과가 그렇게 말해 주었다. 답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고 패인인 것이지, 그러한 바람 때문에 승기를 놓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당시 출마자들은 자신이 그러한 거센 바람의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서 주장한 정책을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니니 사실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니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엄청난 부담인 것도 사실이었다.

여러 가지 폐단도 있고 부작용도 있다. 무상보육 제도로 인하여 시설은 부족한데 모두 아이를 보육시설로 보내게 되었고, 무상급식으로 학부모들은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지만 식사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예산부족으로 지자체의 부담은 늘어났고, 재정 악화의 요인이 되었으며, 가용 예산이 없어 지역발전에 투자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렇다고 낙후된 환경 개선이나 교통 문제, 질 좋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가야 하는 어려움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 발전과 세수 확보를 위해 복지를 후퇴시키거나 많은 사업을 벌여 재정자립 수익사업 일변도로 가는 것은 별로 민생적이지 않다.

정치란 생산이 아니라 권력의 나눔이라고 한다. 정치는 권력을 적절히 나누어 형편을 유지하는 것이지 군림하는 것이 정치인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그리고 생산보다는 나눔 방식에 대하여 얼마나 새롭고 설득력있는 방안을 제안하는가가 바로 선거공약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주려면 생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산업은 일자리 나눔을 통해 안정을 주므로 나눔에 속한다.

민생이란 대다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2010년 선거에서 보편적 복지의 나눔 수혜자와 선별적 복지의 수혜자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어느 표가 더 많을지는 짐작이 간다. 바로 이것이 여론이고 승리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비타민C가 많아 피부와 노화방지에 좋고, 특히 꼬리 부분에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많아 숙취 해소에 좋은 콩나물을 삶을 때, 중간에 냄비 뚜껑을 열거나 닫으면 비린내가 나는데, 이는 리폭시게나아제 성분 때문이다.

복지를 콩나물에 비유해보자. 주었다가 중간에 폐기하거나 축소하면 부작용이 더욱 심하기 때문에 이를 '리폭시게나아제 이론'이라고 한다. 혹 보편적 복지를 실시할 환경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거나 사회개발 자원 마련 등을 위하여 이미실시된 보편적 복지를 되돌리려고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장애인 복지는 인권과 안전망, 환경조성이라는 점에서 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장애인복지는 직접 서비스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공약이 획기적이면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생각과, 가장 불편한 장애인이 살만한 세상이 되어야만 모두가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믿음이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과거보다는 복지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무상버스를 공약하였다고 하지만, 이것이 전 지역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 이상의 대단위 공약으로 복지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진실한 허그, 끌어안음을 실천할 일꾼을 찾고 있다. 이것이 이번에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수의 득표가 필요한 후보자가 소수를 위해 선별적 복지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철지난 복지 이슈를 다시 끄집어내기에는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대다수가 서민이기에 얼마나 민생을 생각하고 우리와 같은 사람인가를 국민들은 생각한다.

즉 서울시의 모 경선 후보처럼 2조원의 자산을 가지고 온갖 특권을 누린 사람은 거리감을 느낀다. 물론 그 후보는 나름 능력이 있고, 노력한 결과이고, 별로 특권을 가진 것도 없다고 억울해 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많이 가졌으니 그럼 나누어주겠다는 태도 역시 나와는 다른 거리감을 줄 수 있다.

여권 지지자 중 대단한 갑부가 출마하면 지지하겠느냐고 물어 보니 차라리 야당에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그럼 가진 것을 사회에 내어 놓으면 지지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법인을 만들어 사회환원 운운하면 믿지 않겠으나 기부단체나 지자체에 내어 놓는다면 달리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거리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며, 그러한 거림감이 느껴지는 사람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한다면 이런 국민정서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되며, 출마 희망자도 당의 승리를 위하여 자신의 입지를 고심해 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인권적 측면에서는 부자라고 하여 다르지 않다. 피선거권이 있으니 출마는 권리이고, 부자라고 하여 손가락질을 받거나 무조건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도 옳지 않다.

앞에서는 굽신거리면서 돌아서서는 뜨거운 가슴과 소통, 진실성 없는 부도덕한 자로 취급하는 것이 당사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일당 5억원으로 연탄재 치우기를 한 모 기업가의 이야기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복지 문제가 최대 이슈는 아니겠지만 누가 더 민생을 생각하는가의 논쟁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

등록금 하향 조정과 물가안정, 국민연금과 같은 제도의 도입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적인 민생이라며 서로가 민생의 대변자임을 내세울 것이다.

사실은 이 모두가 상대의 탓만은 아니다. 진정 등록금 하향을 고민했다면 집권시절에는 왜 전혀 문제 제기나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민의 가장 고민거리를 끄집어내 공약화하면서 이를 해결해 주며 공감을 표시하여 표를 얻으려 한다.

저상버스 법정대수 운행을 공약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서울시 장애인정책의 핵심은 활동보조 서비스 확대와 사각지대 장애인 복지, 특별 운송수단 확대였다.

하지만 그렇게 친장애인적인 입장이라고 믿었던 박 시장조차 장애인 복지를 외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시점에서 누군가의 새로운 공약을 장애인들은 별로 믿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른 불만을 투표로 표시해 심판하려 할 것이다.

최근 장애인 운동권에서 저상버스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시외버스 편의시설을 새로운 이슈로 등장시킨 것을 놓고 이런 저런 말이 많다.

혹자는 진보파들이 장애인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혹자는 이제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시외버스 문제를 위해 투쟁할 때이며, 매우 적절한 단계로 나아간 것이라고 칭찬한다.

야당 지지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 미이행을 심판하겠다고 할 것이고, 여당 지지자들은 지난 지방선거의 집권야당 지역의 공약 미이행을 역시 심판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장애인 가족이 살기가 어려워 집단 자살을 하였다면 그것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전체의 동정표도 작용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의 안전망에 대한 공약은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근혜 정부가 첫 1년 동안 문제를 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하였다면, 이제는 강력히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말년에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동력도 없거니와 사실상 추진 의사를 다음 사람에게 넘기면서 공약 미이행의 탓도 함께 넘기겠다는 말이 된다.

공무원 연금의 국고부담률이 커서 축소한다거나, 종교 종사자 세금징수 문제 등은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저항이 너무 크거나 의견충돌이 심각할지라도 이를 대충 넘기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바로 집권 2년째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 때에 선거가 있으니 강력한 시동을 거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정치는 나눔이므로, 대다수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입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가가 영남과 호남, 충청의 인구비례가 얼마인가의 문제보다는 훨씬 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국민들은 여와 야의 손을 마치 순번을 정한 듯이 교차해서 들어주면서 균형을 유지해 왔다. 중도 보수들은 때로는 보수를, 또 때로는 진보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바로 이번 선거에서 이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물론 선거 시기의 민생이나 안정관련 악재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도 문제일 것이다.

지자체는 이러한 국가정책의 영향과 무관하게 인물 위주로 투표하자고 한다. 하지만 지자체 정치인들의 덕목이 친근함, 깨끗함, 소통력과 업무능력, 전문성, 지도력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민들은 내 민생문제를 해결해 줄 심부름꾼으로 그저 순수하고 소박한 이웃상만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단시간의 선거 자료로 인물을 파악할 수 없으며, 신인보다는 토호세력의 진출이 더욱 쉬워진다는 점에서 무공천제의 야당 선거방식이 이번 선거에서 고전을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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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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