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농사회에 반갑고 기분 좋은 변화가 있다. 바로 코다(CODA)들의 약진이다. 코다(CODA)는 농인 부모에게서 출생한 자녀(Children Of Deaf Adult)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도에 민간 수화통역사 자격인정시험을 시작하여 첫 해 98명의 수화통역사를 배출, 2006년도에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전환되었으며, 현재까지 1,402명의 수화통역사가 배출되었다.

수어를 배우고 수화통역사를 꿈꾸는 대부분의 수화통역사들이 수화통역사로 현장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농사회의 특성과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좌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어는 음성 한국어의 구조와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수어를 배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또 음성언어 사용자인 수화통역사 입장에서 한국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의 문화나 상식, 가치관 등을 수용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종종 직면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두 손으로 빚어내는 수어의 마성에 매료되어 농인에게 관심을 갖고 농사회에 뛰어들었지만 초창기에는 수없는 갈등에 부딪히곤 했었다.

"아! 이 사람 왜 이러지?"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농사회는 내가 있을 수 없는 곳인가?"

이런 의문과 함께 시간은 흘렀고 그 시간 속에서 농인들의 삶을 차츰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수화통역사들이 농사회에 참여하면서 마치 성장통처럼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다 수화통역사들은 어려서부터 농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어를 익히게 되고 부모들의 입과 귀가 되어 사소한 일상적인 통역에서부터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수화통역도 하며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뒤늦게 교육을 통하여 수어를 습득하게 되는 나와 같은 수화통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어를 보고 이해하는 능력도 우수하며, 농인들의 자연스런 수어구조에 대한 접근도 뛰어나다.

또한 어려서부터의 자연스런 훈련과정으로 음성통역도 매끄럽게 처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사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출발하는 코다 수화통역사들이야말로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양성되어진 유능한 수화통역사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코다 수화통역사의 고백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부탁으로 수화통역을 많이 했는데, 때로는 제가 감당하기 힘든 수화통역도 있어서 울면서 통역을 한 적도 있어요. 자라면서 절대로 수화통역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 순간 수화통역사의 길을 걷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어릴 때는 나는 왜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농인 부모를 만나 이런 고생을 할까 원망도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여 이렇게 자랑스런 직업을 갖게 되어서 부모님께 감사하게 생각해요."

오늘도 농사회 곳곳에서 농인의 입과 귀가 되고 있는 코다 수화통역사들, 그들의 멋진 비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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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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