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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어린이들 위한 용품·서비스 박람회

영국에서 보내는 열두번째 편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3-26 13:38:38
주언이의 물리치료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잠깐 살펴보니 Disabled young children, 즉 장애를 가진 어린 친구들을 위한 용품과 서비스 등을 소개하는 박람회에 대한 안내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관심이 갔습니다. 어떤 용품이 소개될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참석하는지, 이런저런 호기심과 궁금증이 증폭되던 가운데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습니다.

행사장소는 저희가 살고 있는 리즈를 대표하는 축구클럽 리즈유나이티드 구장 바로 앞에 위치한 전시장이었습니다.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요원이 주차를 통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어딜 가나 따로 주차요원이 잘 배치되지 않는 이 곳의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히 준비된 행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행사장 입구,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차량의 전시가 눈에 띕니다. 당장 차량을 구입할 일은 없겠지만 장차 주언이가 성장함에 따라 사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량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담당자가 와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줍니다.

놀라웠던 것은, 차량가격은 무지 비싸지만, 자선단체 쪽과 연계하면 상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귀띔을 해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런 게 가능하구나!!’ 전혀 불가능할거 같았던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갑자기 저의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고, 집으로 돌아가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어서 가능하다면 영국에서 거주하는 동안 어떻게든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동휠체어든 수동휠체어휠체어 자체의 무게가 상당하고 차량 탑승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휠체어가 탑승가능한 자동차로 개조된 차량을 이용하는 것을 영국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주언이의 경우,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부모가 들어올려서 차에 태우는 것이 가능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속도를 생각하면 머지 않아 힘이 부치는 일이 될 거라는 걸 알기에 더욱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되었던 것이지요.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서 등록을 마친 후 동선을 따라 이동을 해봅니다.

우선 아이들의 이동과 생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여러 장비와 도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1년반 정도의 시간 동안 느낀 이곳의 재활철학이 그야말로 ‘자립’이니만큼 행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가능하면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서 또는 도움을 최소화하면서 혼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늘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는 주언이를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손으로 페달을 돌릴 수 있는 자전거가 있느냐고 물으니 전시된 제품 하나를 소개시켜 줍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손으로 돌리는 자전거이더군요.

주언이가 다섯살 때 실내에서 사용하는 장난감 자전거를 손으로 돌리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자전거를 주언이가 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가격을 물어보니 2000파운드. 원화로 약 360만원 정도입니다. 어마무시하지요.

그런데 역시 채러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80퍼센트 정도만 부담하거나 운이 좋으면 공짜로도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채러티 단체들이 모여있는 부스 쪽으로 저희를 데리고 갔습니다.

둘러 보니, 장애어린이를 위한 용품만 전시하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장애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서비스, 예컨대, 스포츠 프로그램, 정서함양을 위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 부모와 보호자를 위한 배려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부터 자선활동, 단체들까지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범위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30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갔었는데 둘러보고 관심있는 부스에서는 얘기도 나누고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메일을 주고 받았던 스포츠프로그램 담당자도 만났고 재활센터에서 만났던 담당자도, 휠체어 스킬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누나도 그 곳에서 만났습니다.

그냥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리즈시 전체 장애어린이를 위한 잔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 살 때는 이런 전시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었는데, 시 단위에서 이런 행사를 주최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랐던 시간이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심하게 느린 영국의 일처리 방식에 늘 답답함을 느꼈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는 장애인의 삶을 배려해주는 사회시스템만큼은 정말 부럽습니다.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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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은희 (yi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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