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이야기지만 한 번 더 해 보자.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이야기가 담긴 책마다 조금씩 달라 조각가라고도 하고 왕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그는 자신의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결국 그 조각상은 생명을 얻어 진짜 여자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 대상에게 믿음과 기대를 가지면 대상은 그 믿음과 기대대로 된다는 의미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을 사용한다.

간혹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하는데, 피그말리온 효과는 ‘나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기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는 교육에서 많이 언급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자기방어기제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 기제는 결국 대상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실제로 부모와 함께하는 교육현장에서 종종 보게 된다. 행동수정을 시작하기 전에 부모는 신뢰와 칭찬을 약속하지만, 아이가 실수를 하게 되면 곧바로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실패했을 때 느끼게 될 실망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는 결과가 성공할 거라는 믿음보다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게 한다.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은 결국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는 말이다. “엄마는 네가 잘 할 거라고 믿어.”라고 말을 해도 그 말 안에 진정한 믿음이 없다면 아이는 금세 알아차린다.

장애 정도가 약할수록 피그말리온 효과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지적장애와 정서행동장애에 있어 경계선급 장애인 경우, 유아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교육과 상담을 받기 어렵다. 이런 경우 장애가 없는 아동들과 늘 비교되면서 아이의 행동이나 학업 결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고,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경계선급 장애 아동에게는 위축된 행동과 부정적인 언어가 자주 발견되는데, 부모 상담을 하고 보면 부모에게서도 같은 형태의 부정적 언어가 발견된다.

아이들의 얼굴은 솔직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칭찬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칭찬을 가장한 비난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 다 쓰여 있다.

필자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 유난히 표정이 밝은 아이가 있었다. 편마비로 운동장애와 언어장애가 있었는데, 성격이 밝아서 어떤 활동에도 적극적이고 성실했다. 친구들에게 양보도 잘 했고, 참을성이 좋았으며, 작은 일에도 기뻐했다. 과하지 않게 친절함과 다정함을 표현할 줄 알아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다.

당연히 교육의 결과도 좋았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행동으로 인해 운동능력과 언어능력이 꾸준히 향상되었고, 인지학습 능력도 큰 기복 없이 나날이 발전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지막 부모 상담을 할 때였다. 엄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뻐했고, 학교생활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3년 전만해도 누워만 있던 아이에요. 일어나 걷는 것부터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다 기적이죠. 어제는 또 이런 것도 했어요……”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믿고 또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 속에는 어떠한 불안이나 욕심도 없었다. 엄마는 아이가 보여주는 작은 발전에 언제라도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이의 적극적이고 성실한 태도는 엄마의 이런 기대를 꼭 닮은 모습이었다.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 우리가 궁금해야 할 점은 효과가 정말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정말 그 대상에게 그런 믿음과 기대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피그말리온이 조각상을 사랑할 때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조각상을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았으며, 조각상이 진짜 여자가 되면 어찌 해 보겠다는 욕심을 품지도 않았다. 조각상을 그대로 자신의 사랑의 대상이라 믿었을 뿐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원한다면 우선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게 비교 대상을 두지 말자. 그리고 ‘나’를 위한 욕심을 버리자.

남과 비교하지 않고, 아이가 해 내는 결과를 내 것으로 욕심내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작은 기적들을 매일 보여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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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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