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정된 교육과정에 대해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다. 교육과정과 관련된 검색어 결과로 교육 전문가나 임용고시 준비생의 글보다 학부모의 글이 더 많이 검색된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과정을 알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안타까운 점은 학부모들이 교육과정까지 놓고 고민하는 이유가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선행학습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검색된 몇몇 글들을 읽다가 재미있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어느 부모의 블로그 글인데 수학 문제를 놓고 몇 학년의 문제인지 알아 맞혀 보라는 것이었다.

주로 특수교육적 서비스가 필요한 유아들을 교육 대상으로 만났기에 최근 10년 동안은 초등 교과서를 본 적 없던 터라 필자도 흥미롭게 도전했다.

문제를 보고 잠시 당황스러웠던 것은 어린 아이들이 배우기에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글쓴이의 어투였다. 처음 문제를 보았을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어린 학년을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종이와 연필을 꺼내 문제를 풀면서 아무리 봐도 초등학교 2학년 문제라고 생각하고, 글쓴이가 글의 마지막에 올려놓은 답을 보았다. 답은 역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교육이 전공인데 못 맞히면 창피한 일이고, 알아맞혔으니 그저 다행인 거다. 잘나서 맞힌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이 교육이고 연구한 것이 교육이고 밥 벌어 먹고 산 일이 교육이었던 것뿐이다.

부모와 교사는 다르다

우리 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 수학을 배울 때에는 수식을 주로 배웠다. 글자는 ‘다음 □안에 들어갈 알맞은 수를 고르시오’ 정도가 전부였다. 시험지에는 수식이 가득했고, 빠르고 정확하게 풀면 칭찬을 받았다. 암산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기에 손가락을 이용하면 똑똑하지 못한 아이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언제든 스마트폰을 꺼내들면 계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빠르고 정확한 계산을 하는 것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계산이 덧셈이냐 뺄셈이냐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어른이 되는 동안 교육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교육을 연구해 왔다. 어린 시절에 배운 것만 생각하고 보면 생소한 문제들이라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접근 방법이 달라졌을 뿐, 더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30년 전에 배운 방식으로 20년 후를 살아갈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아이를 50년 후퇴시키는 일이다.

발달기에 장애가 있는 아동의 부모인 경우, 아무래도 교사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도 종일 운동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처럼 장애가 있는 아동이라도 종일 교육만 받고 있을 수는 없다.

또 행동수정 같은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부모가 설계하고 실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자칫 잘못된 행동수정은 오히려 나쁜 행동을 고착시키거나 이후 행동 수정을 하기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해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은 알지만, 가능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역할의 범위 내에서 교육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어렵지만 교사들에게는 그게 늘 하는 일이다. 이제 가르치는 것을 교사에게 맡기자.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더 집중해 보자.

부모는 교사보다 더 중요한 존재다. 부모에게는 교육과정을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를 돌려주자. 단순히 기르고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앞을 보고 달리던 아이들이 언제라도 믿는 마음으로 뒤돌아 ‘엄마, 아빠’ 소리쳐 부를 수 있는 부모가 되어 주자.

'책읽기'는 특별한 지도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다. 아이와 같은 책을 읽어 보자.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공감하는 동안 부모-자녀 간의 유대도 깊어질 수 있다.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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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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