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에서는 지난 4주간 장애인 거주시설의 문제점을 통해 탈 시설 당위성을 얘기했다.

시설과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통념부터 시설 종사자 성비 불균형, 거주시설 문화, 시설의 입지 조건까지 ‘보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모습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시설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즉, 탈 시설 방안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시설이 내놓은 자체 개혁안 ‘그룹 홈’제도를 살펴보자

그룹 홈이란 원래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장애인이나 노숙자 등이 자립할 때까지 소규모 시설에서 공동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뜻한다.

하지만 시설에선 자립 가능성이 있는 입소자를 장애유형을 불문하고, 4~5명씩 선발하여 자립할 때까지 가족적인 환경 속에서 실시하는 지역사회 적응 프로그램이다.

각 그룹 홈은 기존 거주시설과는 별개로 운영되며, 최종 목적은 입주자 개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이다.

그룹 홈은 전문 지도교사가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자립 시 필요한 생활기술을 습득시키는데, 급전관리, 요리하기 등을 배우고 익히게 한다.

그룹 홈 제도는 선진국에선 1960년대부터 일반화되었으나, 한국은 1990년대 중반에 도입되었다. 처음엔 활발하지 못했던 제도가 최근 들어 활발해지기 시작한 건 ‘자립생활 패러다임’ 때문이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영향으로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이 중요시되면서 거주시설도 그룹 홈 제도를 도입하여 사람들에게 ‘거주시설은 입소자가 평생 사는 곳이 아닌 자립을 위한 준비 단계’인 것처럼 알려 나간다.

하지만 그룹 홈은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에서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자기 결정권과 실패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런데 그룹 홈은 이 두 가지 가치를 놓치고 있다.

아무리 거주시설보다 자유롭고 입주자의 선택권이 있다 하더라도 그룹 홈은 엄연히 4~5명의 각기 다른 장애인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입주자 개인의 자기 결정권은 보장될 수 없고, 무엇보다 입주자 구성원들 중힘이 센 장애인이 약한 장애인을 상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구성원 간 서열화가 생길 수도 있다.

여기서 ‘힘이 센 장애인’이란 단순한 힘뿐만 아니라 경증과 중증, 신체와 지적 가운데 상대적으로 사회 적응이 쉬운 장애유형이 권력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입주자들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여야 하니 실패는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그룹 홈은 소규모 시설 그 자체다.

옛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 잃기 전에 대비를 철저히 하라는 뜻인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의 문제점이 보일 것이고, 이를 토대로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도 마찬가지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에서 자기 결정권과 실패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한 것은 자기 책임의식과 실패를 통해 얻는 경험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탈 시설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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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선 칼럼리스트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태어나 13세 때부터 7년간 산 넘고 물 건너 외진 입지의 시설에서 살아왔다. 각기 다른 시설에 3번 입소, 2번의 수술 등 우여곡절 끌에 탈 시설해 이젠 자립을 꿈꾸고 있다. 7년 간 보아왔던 시설의 모습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산 넘고 물 건너 지역 사회로 나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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