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농(聾)이 유전되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농은 유전된다.

의학적으로는 부모가 모두 농인인 경우 농인 자녀를 출생할 확률이 25% 정도 된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농인이 결혼하여 농인 자녀를 출생하는 경우는 가끔 보게 된다.

국내 농사회에서는 농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는 농인 청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농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인들도 부모가 농인인 경우가 있다.

현재 전 세계 농인을 대표하는 국제조직인 세계농인연맹(WFD:World Federation of the Deaf)의 콜린 알렌 회장도 부모가 농인이며, 직전 회장이었던 마르쿠 요키넨 회장 또한 부모가 농인이다.

청인들은 부모와 자녀가 모두 농인이라고 하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이러한 안타까움은 음성언어만을 의사소통 방식으로 사용하는 청인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농인의 유전이 정말 불행하기만 한 것일까?

내가 지켜 본 농인 가족들은 농의 유전을 불행하게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장애가 자녀에게 유전된 것에 대하여 실망했을 수도 있고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인 부모에게서 출생한 농인은 농학교에 입학하기 이전까지 수어와 단절되어 있는 반면 농인 부모에게서 출생한 농인은 농인 부모와 수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어려서부터 하게 된다.

또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농인 공동체안에서 생활하게 되고 농인인 성인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하여 수어를 기반으로 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농인으로서의 자존감을 형성하며 성장하게 된다. 의사소통 양식의 차이에서 오는 가족안에서의 소외감을 겪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농인 남매를 둔 농인 어르신은 집을 방문한 다른 농인들이 자신이 농인 자녀들과 수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부러워한다고 말하며 흐뭇해한다.

청인 자녀를 둔 다른 농인 친구들은 자녀들과 소원한 경우를 보는데, 자신은 자녀가 농인이어서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농은 수평유전, 수직유전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부모 자녀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형제, 자매, 남매, 때로는 태어난 자녀 모두가 농인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수어로 소통할 수 있는 농인 형제나 자매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농인의 삶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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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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