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카드(앞면) ⓒ서원선

장애인이나 장애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애인복지카드가 무엇인지는 알 것이다. 공무원에게는 공무원증, 학생은 학생증, 심지어 회사를 들어가도 사원증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사람이 누구이며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말해주며, 신분의 기초자료로 증이나 증서 등을 발급받는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장애인입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장애인등록증인 장애인복지카드를 받게 된다.

물론 모든 장애인들이 복지카드를 발급받는 것도 아니며 발급받을 수도 없다. 특정인 즉 의료적인 심사를 거처 장애가 있다고 인정된 경우라야 복지카드를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장애인복지카드를 보면 두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누구에게 당당히 복지카드를 꺼내서 보여주기는 좀 어색한 경우도 있다.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고나 할까. 이유가 어떻든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카드는 장애인이면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증명서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미국은 장애인복지카드나 장애인증명서를 정부 어느 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을 수 없다.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미국에 사는 장애인들은 서비스를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미국은 선진국이라 장애인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0%는 장애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 서비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복지카드 없이 장애인들에게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대답은 다소 간단하다.

미국에서는 재활서비스나 복지서비스를 필요로하는 사람은 해당 기관에 복지카드를 들고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소견서나 진단서를 첨부자료로 들고 간다. 그리고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심사기준에 따라 기관에서 일하는 재활상담사와 같은 전문가의 결정에 의해서 서비스 제공 여부나 서비스의 질이 결정된다.

필자가 재활상담사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만해도 이러한 방식이 무척이나 답답하고 불합리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은 간단하게 복지카드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편할 것을 참으로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지않아서 나의 그러한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미국은 우리가 말하는 1급-6급의 장애등급도 없다. 당연히 등록증이 없으니 등급을 나눌 필요도 없는 것이다.

장애인복지카드가 없다고해서 대충 주먹구구식으로 아님 물쓰듯 서비스를 퍼부어주지는 않는다. 기관의 특성에 맞게 서비스 수여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기초로 재활상담사들은 합리적으로 서비스 수여 여부를 결정한다.

간단한 예를 한번 들어보자.

직업재활기관에서는 장애인이 소지한 의사 소견서를 기초로 장애인의 직업목표와 직업능력에 장애가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고려하여 직업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자립센터에서는 당연히 장애인의 자립에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면 소위 장애인 각자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개별화 서비스가 가능하다.

복지카드나 등급에따른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상담사가 장애인의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여 개별화된 서비스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자가용이 있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에게는 중증이라도 교통비지원은 없다. 왜냐하면 자차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차량개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차가없는 전맹 시각장애인에게는 대중교통비가 지원되는 것이다. 척수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동일하게 1급이라도 모두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복지카드가 주는 부정적인 편견 즉, 뭔가 부족하고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줄일 수 있다. 공식적으로 장애인이라는 증표가 없으니 흔히 사람들이 가지고있는 장애인에 대한 낙인도 적은 것이다.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미국에서는 복지카드가 없으니 복지카드를 내밀면서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할인이나 감면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적다.

할인을 못 받는다고하니 미국을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장애인들은 사회보장금을 현금으로 받아 보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해서 모든 장애인들이 무조건 장애 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시혜적 복지보다는 생산적 복지를 추구하려는 미국의 재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일면 중에 하나일 것이다.

혹자는 장애인복지카드없이 어떻게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드러낼지 모르지만 이는 기우일 수 있다. 복지카드없는 미국이라도 현재로는 장애인 재활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 요즘 말하는 장애인 환경을 고려한 서비스, 개별 장애인의 욕구에 맞춘 개별화 서비스 등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한 번 생각해 본다.

복지카드(뒷면) ⓒ서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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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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