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미국이란 나라는 장애인 복지나 재활에 있어서 천국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당시 대중매체, 강의 혹은 주위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미국의 장애인 서비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접할 수는 있었으나 막연하게 미국에 대한 동경 혹은 추상적인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사실 필자가 혈혈단신 겁없이 미국행을 선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장애가 있으면 직장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어떠하든 우여곡절 끝에 말로만 듣던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며 졸업 후에는 텍사스 주정부 직업재활기관에서 장애인들에게 재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활상담사로서 일할 수 있었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로서 미국의 직업재활· 복지서비스를 직접 받아보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장애인 재활·복지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 돌아서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장애인 재활 및 자립 서비스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장애인 천국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대답은 천국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아닐 수도 있다. 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세상 어느 곳도 천국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모든 나라를 다 돌아보고 각 나라의 장애 정책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정책이나 시스템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한 것이며, 그래서 다수의 장애 전문가들은 타국의 장점을 익혀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과연 무엇 때문에 미국을 장애인 재활이나 복지의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간단하게 미국 장애인 재활에 있어 몇 가지 주요한 특성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요즘 우리나라 장애계의 화두 중에 하나인 장애등록·등급제를 실시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나 상황에 맞는 개별화된 서비스, 여러 기관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한 재활기관에서 일련의 서비스를 조정·제공하는 원스톱 (One-stop)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15개 특정 장애 유형만이 재활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재활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면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직업재활 서비스 안에 교육, 의료, 심리재활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제공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장애인 복지카드가 없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 장애 등급이 없어도 서비스 받는데 문제가 없다는 점, 15개 장애 유형 이외의 장애인들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한 직업재활 기관에서 직업재활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비, 보조공학기기, 의료기기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등은 우리와 많이 다른 점이다.

필자가 재활상담사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장애인 복지카드 없이 어떻게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많이 의아해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면서 복지카드나 등급이 없어도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후속 칼럼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끝으로 미국 장애인 재활에 있어서 중요한 또다른 특징은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보장받음과 동시에 책임도 따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장애인들은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장애인이라는 신분을 밝힌다고 해서 무료 혹은 감면을 받는 경우도 적다.

미국은 장애인 복지카드와 같은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복지카드를 내밀면서 철도요금할인, 전화요금할인, 전기요금할인 등과 같은 할인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렇듯 미국의 장애인 재활과 복지 정도를 볼 때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파라다이스와 같은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 개별서비스 제공,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을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이러한 핫이슈들과 관련하여 미국이란 나라는 과연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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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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