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다. 공정하고 평등한 룰(Rule) 가운데 펼쳐진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그러한 룰을 바탕으로 승부를 가린다는 데에 있다.

그 승부 속에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사람마저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스포츠에서의 승패는 두 사람의 명암을 뚜렷이 보여준다. 승자에겐 환희의 미소를 짓는 순간이 있고, 패자에겐 쓰디쓴 눈물을 쏟는 순간이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필자는 승자보다는 패자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중계진의 멘트를 들어보면 대략 이렇다. “모 선수가 모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거대한 대항마를 넘어뜨렸습니다.” 내지는 “모 선수가 모 선수를 극복해 냅니다. 이겨냈습니다.”

'극복', '이김' 같은 말들…, 필자도 참 좋아한다. 모든 승부에는 자신과의 싸움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이겨낸 사람은 박수받을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갑자기 스포츠와 승부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이어가니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장애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식견은 다름 아니라 스포츠와 거의 흡사하기에 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많은 사람들…, 아니 거의 모두가 장애를 이겨내는 대상이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요사이 광고 멘트 중에 ‘단언컨대’라는 말이 자주 나오던데 필자도 따라해 보련다. 단언컨대, 장애는 극복하거나 이겨낼 수 없다. 물론 그 말 자체가 갖는 의미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예컨대 장애를 극복하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병이 나아야 한다. 걷지 못했던 자라면 걸어야 하고, 보지 못했던 자라면 보아야 하며, 듣지 못했던 자라면 들어야 한다. 즉, 갖고 있던 병이 완치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니다.

그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장애를 극복한 이들은 무엇일까. 그들은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장애와 함께 하고 있으며, 장애를 잊고 사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장애)이 변한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분들이 박수받아야 할 이유는 장애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장애와 여전히 함께 함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갖고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굿 닥터’에서 시온이 윤서에게 독백으로 고백할 때 한 대사 중에 “남들과 다른 제 모습. 이제 정말 괜찮습니다. 마음 아프지 않습니다.”라는 대목 또한 살펴봐야 한다. 시온이 말하는 ‘마음 아프지 않다’는 표현 역시 장애를 이겨냈기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의 장애가 잊혔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든 사람이 장애를 잊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장애인은 지금처럼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고, 비장애인은 편견없이 장애인을 대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바라기는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이 장애를 ‘극복’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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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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