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두려움의 대상은 많다.

‧ 내 불확실한 미래

‧ 사후세계(死後世界)

‧ 질병(疾病)

‧ 이별(離別)

언급한 것 말고도 두려움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요즘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이렇듯 사람들이 많은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예기치 못함’ 혹은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오늘 내가 하루를 사는 동안 아무런 해(害)가 없다는 보장만 있다면 아무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어려움 때문에 천국 같았던 내 모습이 지옥같은 삶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이 비유는 매우 극단적이긴 하지만 실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다 하나쯤은 크고 작은 두려움들을 갖고 있다.

그런데 두려움은 개인과 개인의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보통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정확히 말해 그보다 낮으면 피한다. 노숙자라는 집단(?)을 보자. 그들의 행색은 남루하고 청결하지 못하다. 적어도 보통의 기준에선 말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피한다.

장애인 집단(?) 또한 보통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걷지 못하고 뛰지 못하며, 손을 못 쓰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말을 못한다. 맛을 못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클러치를 짚고 브레이스(보행 보조 기구)를 신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통의 기준을 가진 ‘보통의 존재’들보다 부족하다 하여 그들은 장애인을 외면한다. 왜일까? 그 대답은 내 친구인 조지(Jorge)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조지와의 첫 만남은 집 앞 근처 공원에서 이루어졌고, 내가 열심히 조깅하던 그를 불러, "시간 있냐?"고…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우리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 후 우린 e메일을 주고받기도 하고,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졌다. 그와 만났던 어느 날이었다.

미천한 영어실력이었지만 알고 싶었던 것이 있어 이렇게 질문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편견을 갖고 있어요. 당신은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그랬더니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제 생각엔 사람들이 나쁜 게(사람들의 본성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 낯설어서 그렇다고 할까요? 왜 사람들은 낯설면 두려워하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많이 만나 보면 괜찮아 질 거라 믿어요.”

낯섦 때문이라니…, 센세이셔널(Sensational) 그 자체였다. 그는 마치 사람들의 시선을 이방인(異邦人)을 처음 보았을 때의 관점으로 표현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 후에 재 질문을 했다.

“당신은 장애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렵지 않다는 듯 그의 대답이 심플하게 되돌아 왔다.

“그냥… 사람이요.”

단지 이 말 뿐이었다. 어떤 말도 그는 덧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백 번 옳다. 지금 현재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까, 불면 날아갈까. 보통의 존재들이 장애인을 보통으로 안 봐 준다. 마치 이방인의 낯섦. 그것처럼 얼어 있다. 언제라도 내게 “Can you Speak English?” (“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말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 두려움을 표현하지 못하니 외면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보통의 기준’을 세웠을까?

그 기준도 또, 두려움도 모두 버리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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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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