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각장애인연합(World Federation of the Deaf)의 콜린 알렌(Colin Allen)회장 ⓒRoyal Institute for Deaf and Blind Children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제10차 세션 회의의 개막식 행사 내용 중 지난 칼럼에서는 ILO 관계자의 발언까지를 요약 정리했었던 바, 이번에는 그 이후의 내용에 대해 소개한다.

'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생산, 이전 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ohibition of the Use, Stockpiling, Production and Transfer of Anti-Personnel Mines and on Their Destruction, 약칭 ‘대인지뢰금지협약’)’의 당사국 의무 이행을 지원하고 있는 대인지뢰금지협약 이행 지원 유니트(The Anti-Personnel Mine Ban Convention Implementation Support Unit, 이하 ‘ISU’)에서 참석한 대표자는, 그들의 최근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ISU는 페루에서 EU 후원을 받아, 국가장애인평의회와 지뢰제거센터에 의해 소집된 장애인기회평등을 위한 워크샵을 개최해왔고, 이디오피아에서는 전쟁생존자의 권리가 더 큰 인권적 차원으로 접근되도록 하는 노력을 통해, 전쟁피해자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ISU는 호주의 후원으로 태국에서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는데, 이 때 위원회의 몬티안 분탄 위원이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 인천전략의 주요 목적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는 뉴욕 유엔본부의 9월 23일 ‘장애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에 대한 견해를 만들고, 지뢰와 광범위한 이슈들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고위급회담의 가능성에 관하여 콜롬비아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세계청각장애인연합(World Federation of the Deaf)의 회장이면서, 동시에 국제장애연맹(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 이하 ’IDA’)의 부의장인 콜린 알렌(Colin Allen)은,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그 대표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IDA의 활동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장애인들이 그들의 권리를 깨닫는 것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DA는 ‘장애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에 관한 위원회의 성명서 발표를 축하하며, ‘접근가능한 출판에 관한 조약(필자 註 : 지난 호 칼럼에 소개한 ‘마라케시조약’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됨.)’ 체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통과 후 유엔총회장에서 NGO를 대표하여 환영메시지를 낭독하는 티나 민코위츠(Tina Minkowitz, 휠체어 이용자 옆에 서있는 분) ⓒ이광원

세계정신보건서비스이용자및피해자네트워크(World Network of Users and Survivors of Psychiatry, 이하 ‘WNUSP’)의 티나 민코위츠(Tina Minkowitz)대표는, WNUSP가 ‘타의에 의한 정신적 개입’에 대한 금지를 위한 요청들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고문방지 특별보고관의 업무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GO의 입장에서는 협약 제14조에서 정신건강상태에 기초한 모든 구금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을 위원회가 명확히 해주기 바라며, 형사상 절차의 맥락에서 합리적 편의 제공을 포함하여 동등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동의되지 않은 약물치료, 통제 그리고 소외 등을 야기할 수 있는 시설에의 수용조치와 함께, 사회적 낙인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일을 지역사회는 보다 더 강화해야하며, 문화적으로 적절하고도 세심한 지원들이 더욱 장려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국제장애인평의회(Disability Council International, 이하‘DCI’)의 안나 라코스카(Anna Lachowska) 상임이사는 한예로 파라과이 같은 경우에 지역 NGO 파트너들과 협조하여 위원회가 파라과이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등, DCI는 위원회의 업무를 지원해오고 있으며, 각 당사국의 정부보고서에 대한 쉐도우 리포트 작성도 계속해서 진행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참관단과 면담 중인 국제장애인평의회(Disability Council International)의 안나 라코스카(Anna Lachowska) 상임이사 ⓒ이석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이하 ‘HRW’)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장애인단체들에게 발언 기회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면서, 국제수화통역사, 자막, 웹캐스팅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설명 제공 등을 포함하여, 각종 문서들과 위원회 회의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위원회가 더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HRW는 러시아에서의 접근성 장벽들에 관한 보고서를 출판한 바 있었고, 폭력에 노출된 인도의 장애여성 문제를 다룬 보고서도 내년 초에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개막식의 마지막 순서에는, NGO들에게 국가보고서와 관련한 발언 시간이 주어졌는데, 엘살바도르 휴먼라이츠 옴부즈맨, 유니세프, 오스트리아 그리고 호주에서 온 NGO들로부터, 금번 제10차 세션 회의 때 최종견해가 채택될 세 나라, 즉 오스트리아와 호주 그리고 엘살바도르의 장애인 인권 상황들에 대해 전반적인 브리핑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개막식 참관에 대한 필자의 평을 정리해 보겠다.

이번 개막식은 지난 호에서 거론했던 바와 같이 ‘포스트-2015’에 ‘장애포괄개발(Disability Inclusive Development)’ 내용을 담기 위한 열망과 그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위원회 의장과 사무국의 보고를 들으면서, 위원회가 단지 협약 상의 기능인 당사국 정부보고서나 개인진정에 대한 심의만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각종 유엔 관련 기구의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고, 또 장애인 문제와 관련한 각종 자문요구에 응해줌으로써 전 세계적인 장애인 인권 향상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IDA의 활동 내용을 들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단지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들뿐만 아니라, 다른 유엔의 조약기구들을 비롯하여 WIPO, 유니세프, ILO 같은 다른 국제조직들과 관련한 활동들에서도 장애인의 인권과 결부된 일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다. 그런 일들을 통에서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뢰로 인한 절단장애여성들의 모습(출처 : 페이스북 타임라인 화면 캡처) ⓒfacebook

특히 이번 칼럼을 쓰면서, 대인지뢰금지협약 관계자의 발언을 정리하기 위해 대인지뢰금지협약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등 대인지뢰의 주요 생산 및 수출 국가 40여개국들은 아직도 이 협약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어 그 효력이 미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엊그제 필자는 KBS-2TV의 ‘VJ 특공대’에서 각종 주특기 훈련에 참가하는 군 훈련병들의 모습을 방영하는 걸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인지뢰를 매설하고 제거하는 훈련을 지도하는 교관과 훈련병의 영상을 별 생각 없이 보면서 지나갔었다. 그런데 대인지뢰금지협약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게 되면서 ‘아! 그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볼일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북의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생산, 이전 금지 및 폐기’를 남북이 동시에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우리나라도 비로소 이 같은 협약에 가입할 수 있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그냥 막연하게 해봤지만, 아무튼 남한의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에만 489년이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이게 보통일이 아니란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이번 칼럼 집필을 통해 ‘대인지뢰와 장애인’이란 문제를 생각해보게 됨으로써 필자를 포함하여 장애인의 인권을 논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까지보다도 더 많은 생각과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정말 깊이 있고도 많은 생각의 기회들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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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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