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복지재단 등에서 특수학교에 지원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보조기구 대여사업은 필요한 장애학생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장에게 지급하는 물품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급하는 직장 내에서의 보조기구 지원사업 역시 필요한 근로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장에게 지원하는 사업으로 실제 이용자인 장애인 근로자는 임대자에 불과하다.

특수학교 학생이 필요한 보조기구를 학교측의 허가로 빌릴 경우 물품의 주인은 학교장이므로 담당 교사의 허가가 없이는 학교 밖으로 가져갈 수도 없다.

기숙사 학생은 하루 24시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통학 장애학생은 집으로 돌아갈 경우 보조기구를 두고 교문을 나서야 한다. 그러니 일일이 빌리고 다시 반납하고 하는 절차가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자재가 학교생활에서만 도움을 준다. 그러니 하루의 반, 보조기구의 편리함을 경험한 학생은 또 하루의 반은 그것이 없음으로써의 불편을 더욱 절실하게 경험하게 된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물품 하나라도 관리 소홀로 고장이 나면 책임을 져야 하므로, 장애학생의 편리보다는 물품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정보단말기의 경우 가격이 550만원이고, 이것을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학교에서 무상으로 빌려 사용하면 중간에 고장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 고장의 수리비가 한번 고치면 200만원이 나오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겨울 방학 시기가 되면 학교에 반납을 해야 하는데, 이 때에는 교사가 고장이 났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수거하여 제조사에 보내어 일제 수리를 한다.

고장난 것만 고치면 감가삼각으로 인한 노화가 일어나게 되고, 고장을 미쳐 발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몽땅 새 부품으로 교체하여 고치는 것이다.

책임을 맡은 교사는 고장을 발견하는 것조차 귀찮은 일이다. 이러한 일제 수선비용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며, 이 비용 역시 기기 구입비의 절반 정도가 된다.

장애학생은 무상으로 보조기구를 학교측으로부터 빌려 사용하고자 하였으나, 결국 구입비와 맞먹는 수리비를 내고도 집에도 가져가지 못하는 등의 불편을 겪게 되고, 자신의 것도 아니면서 모든 수리의 책임을 지게 된다.

이 특수학교의 보조기구 대여 사업은 장애학생에게 바가지 씌우는 것이므로, 장기 할부로 하여 학생이 구입하게 하거나 수리비에 대한 비용은 학교 운영비로 교과부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보장구 대여사업을 한다. 수동휠체어 약 300대, 알미늄 목발 약 200세트, 목욕의자 약 16대, 보행기 약 100대, 지팡이 약 50개 등 매년 그 수량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연말 경에 최저가 가격경쟁 입찰을 통하여 구매한 다음 각 지사를 통해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수동휠체어라고 하여 모두 같은 제품이 아니라, 기본형, 아동형, 기능형 등 다양하고, 보행기 역시 지그제그형, 바퀴타입, 해미타입 등 다양하며, 지팡이 역시 사발 지팡이, 외발 지팡이 등 다양하다.

카탈로그와 사진만 보고 최저 가격 입찰을 한 제품은 싸구려 일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가격을 정할 경우 제조자의 희망가격과 제조원가 산정을 통한 적정가와 실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가 중에서 가장 낮은 금액을 선택한다.

제조자 희망가격은 항상 높은 편이어서 이 가격이 선택된 적은 전혀 없다. 시장가격은 실제로 판매된 가격이므로 누군가가 형편이 어려워 할인해 주는 순간 실제시장 가격의 낮은 사례가 발생하여 모든 가격이 낮아져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므로 절대 가격은 변동을 할 수가 없다. 홍보용으로 가격을 낮추었다가 영원히 그 가격이 판매가격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제조가는 국내 생산의 경우 재료비와 노무단가를 계산한다. 노무단가는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이라고는 하지만 월 약 150만원에서 각종 수당을 제외하고 나면 시간당 8260원 수준으로 활동보조인 수가인 8550원보다 낮다.

그리고 월급은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고, 월 209시간 풀 가동하여 일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보통 월 160시간이 근로자의 평균 노동시간이다.

특히 장애인 보조기는 수요가 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당 수가의 계산은 주문이 없어 일이 없는 시간을 계산하면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하는 수가보다 실제로 몇 배의 인건비가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의 가격고시에서는 이익 25%와 관리비 8%~11%, 유통비용 8% 등을 인정하고 있다. AS비용은 관리비에 포함된 것이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수입품의 경우 관리비 8%와 이윤 10%를 인정하고 있다. 만약 제품이 영세율 적용을 받지 않는 제품이라면 세금은 바로 적자로 이어질 것이다.

얼핏 보면 국산이 이윤도 더 많이 인정해 주고 수입품보다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외국의 제품의 경우 수입가 안에는 비싼 인건비와 송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외국사의 이윤과 보이지 않는 빽 마진(환전수수료와 환율로 인한 인상분 등도 포함)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 보장구를 제작하는 경우 재료비 50만원, 인건비 50만원이 들어간다면 이익 25만원, 관리비 11만원을 보태어 136만원이 가격이 되지만, 외주를 주면 외주는 인건비를 보다 높게 포함할 수 있으나, 인건비가 아닌 외주비이므로 별도로 인건비를 또 책정할 수 있으면서 원가를 올릴 수가 있다.

그리고 수입품의 경우 외국의 제품은 재료비를 모르므로 판매가격 200만원에 관리비 16만원, 이윤 20만원이 인정되어 공단의 인정가격은 236만원이 된다.

즉 같은 성능을 국산은 136만원, 외국산은 236만원 인정하여 고시할 수 있으므로 국내 시장을 공단이 나서서 죽이고 있는 것이다.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직접 생산하여 국내 기술을 발전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가격을 높여 수입을 할 수 있느냐와 실제 시장가격이 생산가격 인정액보다 낮으면 시장가격이 인정가격이 되어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되므로 어떡하든 시장가격이 낮지 않은 동일가격이 되도록 조정하느냐에 신경을 쓴다.

이런 가격 구조 속에서 대여 사업을 위한 제품에서 최저가 입찰을 하게 되면 그 가격이 실제 시장 가격이 되어 버리므로 공급업자는 가격을 낮출 수가 없다. 결국 수입가격이 저렴한 제품 즉, 싸구려 제품만이 납품을 하게 된다.

그러니 최저가 보장구 입찰은 평소에 싸구려라고 외면받는 업체의 영업을 도와주는 업자 자선사업이라고까지 한다. 특히 얼핏 보기에는 다양한 장애인 보장구를 구입하여 비치하고 대여하여 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싸구려 대여로 환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위험성이 높으며, 내구성 부실로 수리비가 오히려 더 많이 들어 사실 싸지도 않은 제품을 수리비에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겨오고 있다.

제품 국가가격고시제를 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가격을 자신들이 정하고 있으면서 최저가로 입찰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납품을 하고자 최저가에 맞추어 가격을 낮추는 순간 그 가격이 평소 가격으로 조정되고 만다.

최저가가 아닌 적정가로 하지 않는 이상 재고를 팔고 문을 닫는 공급업자의 떨이로 이용되거나 이용자의 불편과 고장수리비 부담으로 전가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장난을 그만두고 적정가로 하여 고시한 가격의 제품 종류별로 일정비율 구입 하거나, 상중하로 나누어 제품을 종류별로 구비해 대여사업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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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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