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올 4월까지 방영 된 KBS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은 살아가면서 해보면 좋을 일. 남자로 태어났다면 꼭 해봐야 할 일들을 해나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리스트들을 살펴보면 공감 가는 것들이 꽤 있다. 그런 거보면 나도 천상남자다.

남자에게만 자격이 필요할까? 그건 아니리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요구되는 자격들은 많다. 학생의 자격, 부모의 자격. 의사가 될 자격,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될 자격, 법조인이 될 자격, 요리사가 될 자격 등 생활 전반에서 자격증을 필요로 한다.

본디 인간에겐 자격이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창조된 영육(靈肉)은 어떠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닌 창조주의 소명 때문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그런데 세상은 필요한 자격증이 왜 이리도 많은지 그야말로 포화상태이다.

수많은 자격증 가운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자격증이 있다. ‘장애인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은 나름 소수자에게만 주어지며, 특별한 시험이 없어 합격 여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이 자격증의 특징은 웬만하면 이 자격증의 취득은 지양하려 한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고행 길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몇 배는 느리게 살아야 하고, 열심히 살지만 그 느림 때문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다. 알아주지 않아도 웃음지어야 하며, 눈물은 말라야 하고, 의연이라는 무기를 가슴 속에 장착해야 한다.

때로는 거짓말도 해야만 한다.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의 이유가 장애 때문이 아니란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면 상대방이 오해한다. ‘내 탓일까?’ 혹은 ‘장애 때문에 쉽게 상처 받는구나…’ 상처 받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가 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 그리운 사람을 보러 가는 것이 어렵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되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가고 싶지만 그것이 어렵다. 이것과 연결 지으면,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 역시 장애인에겐 걸맞지 못하다. 적어도 객관적으로는

숨 쉬는 것, 행동 하나 하는 것조차 사려야 하는 장애인, 외면 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누가 이 자격증을 바라겠는가?

장애인의 자격은 아마 수많은 힘듦에도 굳건히 버텨야 할 인내의 자격일지도 모른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