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휠체어 장애인과 동행 취재를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이를 계기로 13년동안 현장에서 장애인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사실 장애인 시설에서조차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편의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물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황에서, 여행지에서의 온전한 편의시설을 기대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장애인에게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개선의 방법보다는 돌파의 방법을 과감하게 선택해 왔던 것이다.

리프트 차량이 없던 시절에는 업어서 버스 좌석에 앉혔었고, 휠체어가 지날 수 없는 계단이라는 큰 산 앞에서는 두,세 명의 봉사자가 휠체어를 들어서라도 내려 볼 수 있는 풍경을 보여 드리는 것이 그 당시의 나로서는 뿌듯함이었던 듯하다.

얼마 전 휠체어를 타고 있는 뇌병변장애인 한 분과 선유도를 동행했다. 이에 앞서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지에 대한 정보가 우선 필요했다.

“휠체어 이용이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다.

“네 문제 없어요” 선박회사의 직원은 너무도 명쾌하게 가능하다는 답을 주었다.

반가운 마음과 본능적으로 걱정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다시 물었다. “어떻게 탑승할 수가 있나요?”, “여기 직원들이 항시 많으니까 휠체어를 들어서 옮기면 문제 없습니다. 지난 주에도 한분 다녀가셨어요”. 예상대로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마음은 흔쾌히 장애인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상황이었다.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 일행은 결국 군산 선유도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명쾌하던 그의 답변과는 달리 현실은 더욱 복잡한 문제들이 산재하고 있었다.

여객선들은 큰 배의 경우에는 부두에 바로 접안을 하지만 작은 배의 경우 상황에 따라 부두가 아닌 부두에 정박된 큰 배 옆으로 정박하기도 해서 배를 두어 척을 거쳐서 부두에서 타거나 내릴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선박회사 직원에겓 오로지 돌파의 정신으로 일관했던 나와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방법들 말고도 많은 부분 개선될 수 있는 여지도 있는데 말이다. 나조차도그 것들에 대해 너무도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요즘 여러 곳을 다니며 보는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 바로 숙박시설이나 식당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다.

숙박 시설 같은 경우엔 장애인 전용객실이 없더라도 장애인 화장실은 별도로 구비된 곳은 간혹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혼자서 객실로 들어가자면 입구에서부터 10cm 정도의 턱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턱을 없앨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설치와 제가가 가능한 임시 경사로라도 구비되어져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식당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요즘 새롭게 단장되는 관광지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장시간 머무르지 않는 식당의 경우라면 굳이 장애인 화장실을 갖추지 않더라도 작은 경사로 하나로도 여행의 묘미는 배가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우리나라의 여행 환경은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주5일제의 정착으로 인한 관광 수요 및 욕구 증가는 다양한 테마 여행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마다 시티투어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제한된 일정 속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름캠프 기간 중 장애아동들을 인솔하여 시티투어를 이용한 적이 있다.

시티투어버스에 리프트가 장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작 여행지의 불편한 현실은 여행의 계획 자체를 어렵게 하고 연계 교통망이 원활하지 않아 여행 자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현 상황이 이러니 시티투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하나만으로도 장애인 여행에는 매우 큰 변화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시티투어버스만 바꾸어도 아마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에게 접근할 수 있는 여행지가 상상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시티투어에는 해설사가 동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여행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좋은 점이니 말이다.

번듯하게 리프트를 장착한 새로운 시티투어버스를 배치하는 것 정도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정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주1회 혹은 월1회만라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현재 운행되는 장애인복지관의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각 지자체에 속해 있는 시내버스 회사의 저상버스나 장애인특별수송차량 등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의지의 문제일 것이다.

지혜를 모아 더 구체적이고 이색적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 본다면 생각보다 빨리 장애인이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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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를 시작하며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사진을 찍다보니 돌아다닐 일이 많아 여행이 좋아졌다.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선 장애인들을 볼 수 없는 현실이 아쉬웠다. 누구나 함께 걸을 수 있는 여행길을 만들고 싶은 여행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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