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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개별급여' 개편, 도약일까? 개악일까?

정부는 대대적 홍보…시민단체 반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9-13 14:01:00
지난 2000년 도입됐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1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내년 10월부터는 '맞춤형 개별급여'로 전면 개편된다.

사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주요 대선 주자들이 공약이기도 했던 맞춤형 개별급여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시민단체나 학계에서는 논의됐던 과제이기도 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000년 도입된 기초생보제도는 현재 140만 명의 빈곤층을 보호하는 등 빈곤 완화에 기여했지만, 일정수준 이상 소득이 증가하면 모든 급여가 중단돼 일할 능력이 있는 수급자라도 근로 증가유인이 적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동상담을 하다보면, 장애인 수급자의 경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취업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개별급여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계, 주거, 의료, 교육을 쪼개 따로 심사하겠다는 것이며, 절대적 수치에 미달하면 탈락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위소득 30~50%를 기준으로 삼는 상대적 빈곤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부의 발표가 있은 후 찬성해야 할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일제히 우려의 시선을 던졌고, 빈곤단체에서는 개악(改惡)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안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위험요소가 많다고 지적한다. 가장 비중이 큰 생계급여의 경우 벌써부터 대폭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정부 발표 때만 해도 "중위소득 30% 수준 보장"을 명시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뉘앙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사회보장위원회에서 통과된 최종안에는 "경제 상황 및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중위소득 30% 수준 조정 검토"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생계비(중위소득 28%)도 보장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4년 뒤에서야 중위소득 30% 수준에 도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후퇴라는 것이다.

주거급여의 경우도 서울, 경기·인천, 광역시, 기타 등 4등급으로 나눠 가구별로 임대료 지원액을 일괄 적용했으며, 지원액은 실비를 고려하지 않고 월 10만원~34만원으로 못 박았기 때문에, 실제 부동산 시장을 고려했을 때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또 집이 있는 경우는 '유지수선비'를 설정해 주택개량 및 현금지원을 병행한다고 했지만 그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고, 담당 부처가 쪼개지면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복지부에서, 주거급여는 국토부에서, 교육급여는 교육부에서 나눠 담당하게 돼 행정 집행 과정에서 혼란(混亂)이 우려된다.

현재의 열악한 행정 인력으로 제도 운영이 가능할지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1,500명을 신규채용하고 1,200여명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유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를 관리하는데도 복지 공무원들이 과로로 자살하는 등 인력 부족 상황이 심각한데, 생계·주거·의료·교육을 따로 집행하려면 엄청난 업무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 내년도 관련 예산을 두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제도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요구한 내년도 기초생활보장 관련 예산은 올해 예산 3조3000억(의료급여 제외)보다 6000억 늘어난 3조9000억 원이지만, 기재부는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분위기이다. 생계급여를 내년부터 올리지 말고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대상을 대폭 늘린다고 홍보해놓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맞춤형 개별급여가 빈곤층 복지를 도약(跳躍)시키는 기회가 될지, 오히려 후퇴시키는 개악(改惡)이 될 지는 예산 확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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