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회의장인 빨레 윌송(Palais Wilson)의 외관 ⓒ이광원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회의장인 빨레 윌송(Palais Wilson)에서는 지난 2일 개막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제10차 세션 회의가 열리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협약’)에 대한 가입 당사국들의 국가보고서를 심의하는 것을 주요 의제로 하는 이 회의는 오는 13일까지 2주간 진행된다.

이번 세션에서는 오스트리아, 호주, 엘살바도르, 이렇게 세 나라의 국가보고서를 심의하여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채택하고, 아제르바이젠, 코스타리카, 스웨덴, 이렇게 세 나라의 현안목록(list of issues)을 채택할 예정으로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이하 ‘유엔연대’)’는 이 회의를 참관하고, 다른 나라 NGO들이 주최하는 부대행사(side events)에 참여하며, 위원회의 위원들과 접촉하고, 이 회의에 참석한 협약 관련 다른 나라 NGO들과 미팅을 갖기 위해, 현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의 위원인 신혜수 운영위원장을 단장으로 하여 구성된 10명의 참관단을 제네바에 파견했다.

참관단은 위원회 제10차 세션의 국가보고서 심의 중 오스트리아와 호주의 심의를 참관하기로 되어 있다.

필자는 이 참관단의 일원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바, 이번 호의 칼럼에서는 개막행사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주요 이슈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위원회 제10차 세션의 개최 첫날인 지난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3시간동안의 오전회의 시간에 개막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주로 의장의 인사말, 사무국의 경과보고, 위원회와 관련된 활동들의 진행상황에 대한 공유, 관련 유엔기구 담당자들의 코멘트, 시민사회단체들의 발언 등이 이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만 한 점은, 이 개막행사의 각 발언들이 온통 ‘포스트-2015(Post-2015)’ 관련 내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부분이 그와 관련된 언급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포스트-2015’라고 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생소하게 생각하게 될 텐데,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귀국 후에 별도의 칼럼을 통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볼 예정이다.

우선 알기 쉽게 간단히 얘기하자면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 :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가, 돌아오는 2015년에 끝날 예정으로 있는 바, ‘포스트-2015’라는 것은 MDGs의 기간이 끝난 이후의 시기를 표현한 것인데, 그것이 대표하는 의미는 ‘2016년부터 시작될 유엔 차원의 전 세계적 개발목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논의 결과에 따라 2016년부터 향후 15년간 적용될 새로운 개발목표가 확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은 이쯤에서, "도대체 그 ‘포스트-2015'가, 왜 금번 위원회 제10차 세션의 개막행사 때 그토록 많이 언급됐을까?"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 이유는 (실제는 그 이전에도 협약에 대한 제의와 논의들이 일부 있었지만) 10여년 전부터 유엔 차원에서 전 세계의 장애인 관련 주체(유엔의 회원 국가, 장애인 관련 NGO, 유엔의 관련 기구, 관련 전문가 등)들이 몰두하여 만들어낸 협약의 제정과정에서, 이들이 협약에 ‘필(feel)이 꽂혀’ ‘올인(all in)’해왔듯이, 이제는 ‘포스트-2015’에 장애와 관련된 내용을 집어넣기 위해 ’필(feel)이 꽂혀‘있기 때문이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제10차 세션 회의 장면 ⓒ이광원

사실 ‘포스트-2015’에는 장애계만 ’필(feel)이 꽂혀‘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빈곤문제, 여성의 인권문제, 보건 의료문제, 환경문제 등, 지구촌이 함께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수많은 개발 목표의 후보들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분야와 관련된 기구, 전문가, 단체 등이, 자기네 이슈가 ‘포스트-2015’의 최종목표로 선정되도록 하기 위하여, 갖가지 작전(?)을 동원하며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제 장애계에서도, 지난 15년간 전 세계가 공통의 목표로 가져온 MDGs에 장애와 관련한 내용들이 빠졌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바탕으로, 이번에 새롭게 결정되어 또 다른 15년간 전 세계가 달성해야 할 개발목표에는, 반드시 장애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기에 ‘올인(all in)’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에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바 있었던 협약 당사국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들을 논의했었고, 돌아오는 23일에 개최될 유엔의 ‘장애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High-level Meeting on disability and development)’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되어있으며, 이 회의 후에는 회의 결과를 담은 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으로 있다.

이 논의들의 키워드는 ‘장애포괄개발(Disability Inclusive Development)’이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유엔의 개발목표에는 ‘장애’라는 이슈를 포함시킨 목표를 넣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슨 내용을 어떻게 집어넣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지금 유엔을 중심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이고, 이에 국제적인 장애인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이에 대한 대응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협약의 제정과정에서 한국의 장애인 당사자 NGO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은, 온 세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가 많은 공을 들여 이뤄낸 성과들 덕분에, 전 세계 장애인들의 인권향상을 위한 주춧돌이 마련된 것이고, 이것이 세계 전역에 남아있는 장애와 관련한 장벽(barrier)들을 깨부수는 강력한 망치로 훌륭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협약을 제정할 때에는, 이런 표현과 심볼이 사용되어 큰 공감을 얻은 바 있었다. "세계가 관심 갖고 있는 인권들에는 장애인 인권이 빠져있다!"

그런데 요즘 필자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포스트-2015’ 관련 전 세계 장애인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움직임 속에는, ‘한국 장애인 NGO들의 움직임’이 빠져있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과거 협약의 제정과정에 한국 장애인 단체들이 똘똘 뭉쳐 열정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었던 것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포스트-2015’ 관련 논의에도 한국의 장애인 단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쳐서, 향후 다가올 15년간의 기간 동안 전 세계가 추진할 유엔 차원의 개발목표에 한국 장애인단체의 목소리가 녹아들어감으로써, 결과적으로 전 세계 장애인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원회 제10차 세션 참관의 다른 내용들은 다음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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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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