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뉴스에서는 삶의 빛줄기를 붙잡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보다 어두운 그늘에 있는 이들이 많이 조명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허나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보도들만 줄을 잇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흉흉하다고 한들 설마 100퍼센트 다 그러려고…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한낮에 찌는 더위와 맞먹는 열정으로 한시도 눈 돌릴 틈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는 내 동료와 내 친구 그리고 내 형제들도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름. 가만히 있어도, 침묵하고 있어도 멸시 천대 당하는 존재.

그렇기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탑승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자신감의 결여’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정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는 체험학습을 시켜주고 싶다. 최대한 강렬하고 리얼하게…

그러나 다수의 비장애인이 외치는 자신감의 결여는 깨닫고 있는 뜻이 다를 뿐 조금은 존재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사회적 존재는 사회 속에서 인정받을 때 만족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왜 장애인은 인정받지 못할까? 그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조우할 시간이 없거나 일부러 의도적으로 피하기 때문이다.

정은 왜들까? 자주 만나기 때문이며 많은 시간 설왕설래가 오고 가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고 본다면 구조적으로 만나기 힘든 사람들끼리의 합(合)은 있을 수 없다.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본다고 이렇게 거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장애인이 먼저 나오면 될 것 아닙니까?”

참으로 맞는 이야기다. 열 번이고 맞는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에 동감하지 못할 이유가 여기 있다.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막는 크나 큰 벽은 바로 날씨다. 봄은 싸늘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쌀쌀하고, 겨울은 추워서 활동을 못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100% 확증할 순 없지만 인간이 자신감을 얻게 되는 가장 큰 비중과 계기는 다름 아닌 사회 활동이라고 본다. 그 안에서 얻는 경험과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자신감으로 환원된다.

그런데 이것이 원천봉쇄 당한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력 불능의 일들이 가끔 있는 것이 아니다. 억울한 일이다. 그렇다면 날씨를 내 입맛대로 고칠 순 없으니 내가 움직여야 한다.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원제 : Singing In The Rain)>의 주인공이나 <러브 스토리>의 남녀 주인공처럼 날씨에 지지 않는 비범함을 보여야 한다.

삶은 이동이다. 그 이동 가운데 당신의 경험들이 존재한다. 그 밑거름이 곧 자립(自立)의 원천이 될 것이다. 사실 본인도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대한 ‘이동하려고’ 애쓴다. 당신이 비록 최중증 그룹에 묶여 있다 하여 포기할 때가 아니다. 당신의 눈은 빛을 볼 권리가 아주 많다.

자주 쏘다녀야 누구도 폄하하지 못한다.

난 오늘도 기도한다. “주님 오늘도 이동하게 하소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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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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