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부모들이 자식 이야기를 하다가 흔히 하는 말. 낳아 키울 때는 마냥 귀엽고 예쁘기만 하던 자식들이 세상을 조금 알기 시작하면서 생각지도 않은 일을 저지르고, 뜻밖의 행동을 해서 갈등의 소용돌이가 일게 된다. 속상하고 안타까워 '조금만 참자', '이러면 안 된다'하면서 훈계와 설득을 계속하다가도 어느새 부모들은 자식들의 요구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제 고아가 되었다. 지난 2011년 11월 6일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는데, 곧이어 16개월 후에 어머니마저 나의 곁을 떠나 하나님 품에 안기셨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었음에도 철부지처럼 엉엉 울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 망연자실하게 된다.

큰일, 어려운 일이 참으로 많았던 올 봄에 중병을 짊어지고 누우신 어머니를 바쁘다는 구실로 수발 한 번 제대로 못 해드려 그 아픔이 이만저만 크지 않다.

부모님 산소에서. ⓒ류석영

나의 부모님은 장애인 자식을 둔 어머니 아버지셨다. 부자도 아니셨고, 그렇게 많이 배우지도 않으셨다. 젊은 시절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산동네에서 사셨고, 30대 후반기에는 종손이라는 이유로 가난한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 8남매 자식들을 키우셨다.

깊은 밤 그리고, 이른 새벽에 긴 한숨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아들들 때문이었으리라.

끝없는 방황과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생산해내는 나 때문에 두 분의 삶은 까맣게 타버린 숯 가슴이었을 것이다. 친구들이 군입대를 할 때, 다른 집 자식들이 좋은 직장에 입사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자존심도 상하셨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정말 야단을 많이 맞았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가장 큰 지지를 해 주셨다.

이런저런 사고를 저질러 적지 않은 손해 배상을 해 주시면서도 야단을 친 후에는 언제나 "큰일 할 사람은 큰일 저지르는 법"이라고 기를 북돋워 주셨다.

높고 험한 세파를 넘지 못해 낙심하고 있을 때는 "천하에 못난 놈"이라고 꾸짖기도 하셨지만, "다른 사람은 못해도 너는 할 수 있어"라고 사랑의 추임새를 넣어 주셨다.

결국, 장애를 가진 자식이었지만 비타민 같은 꾸짖음과 더불어 때마다 크게 져 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따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나의 가슴 전체를 넘실거리는 물결처럼 채워 간다.

오늘 내가 이렇게 일하는 것도, 장애인들 곁에 삶의 둥지를 튼 것도, 아픔을 가진 부모님들을 더 많이 챙기는 이유도 어쩌면 나의 부모님 때문일 것이다.

꽉 막힌 공무원들과 다투고 나면 정말 이 일이 하기 싫지만, 기껏 해 놓고 본전 못 찾으면 다시 안할 것 같다가도, 또 현장으로 달려가게 되는 까닭은 큰 일하라고 어머니께서 진작에 내려 주신 명령이 있었기에 오늘도 현장을 누비게 된다.

제발 장애인들에게 "어렵다." " 돈 없다." "안 된다." 따위의 말은 그만 하고, "큰 일하라." "멋있다." "당신들이 나서면 다 잘할 수 있어."라고 기를 팍팍 살려 주기를 바란다.

나의 어머니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지만, 장애인복지의 미래를 가장 분명하게 알고 계셨고 늘 하시던 말씀처럼 자식을 크게 만드셨다. 나의 어머니라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훌륭한 복지 실천가였다.

너무 어렵고 복잡한 단어로 장애인복지와 정책을 말하시는 분들께 나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이 말씀을 선물하고 싶다.

"큰 일 저지르는 사람이 큰 일 하는 법이다!"

나의 어머니가 자식에게 평생 져 주셨던 그 마음으로, 포용하며 인내하면서 따뜻하게 대한민국 장애인 모두를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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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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