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텔레비전에서(KBS vj특공대) 시각장애를 가진 한 천재 소녀를 보았다. 그 소녀는 어떤 피아노곡이든 한번 들으면 그대로 따라 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소녀의 재능이 발견된 것은 네 살 때쯤 이라고 한다. 장난삼아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있던 소녀는 엄마가 틀어 놓은 음악을 듣고 그대로 똑같이 따라 쳤다고 한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계음을 알게 된 것도 겨우 1년 남짓 되었다는데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직 귀로만 듣고 모든 곡을 완벽히 기억하고 연주를 해내었다고 한다. 때로는 즉흥으로 그 곡을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하였다고.

텔레비전을 보며 이 소녀의 재능에 감탄하였지만 소녀를 돌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더욱 감탄했다. 이 소녀는 26주 만에 800g 미숙아로 태어나 ‘미숙아 망막증’을 앓으면서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다.

어머니는 시각장애를 가진 딸을 돌보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딸에게 알려주고 느끼게 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외출을 하면 길가의 조약돌을 만져보게 하고, 식수대에서 흘러나오는 물도 만져보게 하면서 딸이 그것을 느끼도록 이끌어 주었다. 하늘의 구름처럼 만질 수 없는 것은 말로 설명해 주었다.

이 시각장애 소녀에게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이 없었다면 그 재능이 세상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을까?

‘복지’에 대한 여러 학술적 정의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복지’란 ‘관심’이라 생각한다. 어떤 시설이나 정책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변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시각장애 소녀의 어머니는 딸에게 ‘구름’을 설명하면서 “딸이 10초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는 말을 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산과 들, 구름과 하늘을 설명하지만 부족함을 느끼기에 단 10초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어머니를 통해 경험한 세상을 피아노로 연주하였다. 어머니는 자신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딸은 세상을 결코 부족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비시각장애인보다 훨씬 세상의 많은 것을 보았고, 소녀의 연주는 그 것을 충분히 표현하여 주었다.

의정활동을 할 때 가끔 왜 내가 이 곳에 있고, 내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있었다. 그냥 생계를 위해 의정생활을 한다 생각하면 불쌍한 인생이었겠지?

장애인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많은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의 편견과 잘못된 환경으로 인해 그 재능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필자가 하는 일들이 시각장애인 딸을 둔 어머니의 보살핌 같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비록 부족하지만 나의 역할로 그 숨겨진 재능들이 이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것, 사회 곳곳에서 쓰임 받도록 이끌어 주는 것, 이 것이 사회복지인인 나의 작은 소망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