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단속차량이 장애인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한 장면. ⓒ서인환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이 사진을 보내어 왔다. 사진을 보니 한국신장장애인충북협회 차량이 주차장에 추차되어 있는 것이 보이고 그 앞에 장애인주차구역 표지판이 보인다. 그리고 나란히 장애인주차구역에 ‘31르9512’라는 번호판을 단 청주시 불법주정차단속 차량이 버젓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되어 있다.

사진을 제보한 분이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려 놓았더니 바로 청주시에서 보고 사과를 하였다고 한다.

어느 구청에서는 구청장이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대어 놓아 지나가던 장애인이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하였더니, 단속반이 신고가 되었으니 가라고 하여 돌아왔는데, 며칠 후 다시 알아보니 신고를 하지 않고 신고가 된 것처럼 허위로 하여 묵살하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에 ‘왜 신고를 한 것처럼 허위로 하였느냐, 이것은 공문서 위조와 같다’고 항의하였다.

위조란 존재하는 문서에 조작을 가하는 것이거나, 있지도 않은 문서를 사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있어야 할 문서를 없애는 것도 공문서위조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존재해야 할 문서를 훼손한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차단속 담당자는 절대권력자이자 상사인 사람을 처벌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자신의 밥줄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 벌금고지서를 발급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위정자들의 빳빳한 목으로 인하여 목디스크 병원이 성황중이다.

관공서에 회의가 있어 방문하여 장애인차량을 입구에 대고 내리려 하면, 관리원이 쫓아나와서 이 자리에 곧 단체장의 차량을 대어야 하니 비키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고,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대려고 하면 차를 대지 못하도록 줄을 쳐 좋아 왜 이러냐고 물어보면 이 자리는 우리 대장의 자리이니 다른 곳에 차를 대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오기로 지켜보면 잠시 후 기관장은 왕과 같은 절대자로 군림하며 나타난다.

국회의원이 교통을 지키기 않아 이를 고발한 방송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장애인 주차장에 의원차가 주차되는 것은 다소 나아졌다. 그런데 장애인이 아닌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가 장애인가족의 이름으로 차를 구입하여 장애인 표지판을 발급받아 자신만만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은 출입구에서 가장 근접한 곳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장애인주차 위치가 노른자라 이 규정을 무시하고 귀퉁이에 장애인주차장을 배치하는 경우가 있고, 출입구 근접 지역에 장애인주차구역을 정해 놓고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는 차를 대지 않으니 기관장의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장애인주차공간이 비어 있으면 주차전쟁을 하는 마당에 빈 곳을 활용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장애인이 벼슬이냐고 욕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차단속차량이 불법추자를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닌가 한다. 법적으로 장애인주차구역에 비장애인 차량이 주차되면 단속을 하게 되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단속실적을 올릴 수 있는데, 왜 연간 단속 실적은 거의 없는 것일까? 이 그림의 제목은 ‘고양이에게 맡겨진 생선’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단속 담당자들은 단속을 하면 벌금을 받은 이용자가 거세게 항의하여 입장이 곤란한 경우가 많고, 대부분 상사와 친분이 있거나 상사에게 볼 일이 있어 온 사람으로 단속을 하면 위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어 단속을 포기한다고 말한다.

복지부는 주차단속은 구청의 권한이라고 말하고, 법적으로는 단속의 권한은 공무원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단속권한을 주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말에는 단속은 공무원만이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신고권이라도 줄 수 없겠느냐고 하여 신고를 하면 3천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서울시에서는 한시적으로 시도한 바가 있었으나, 신고를 당한 사람들의 힘에 의해 슬그머니 그러한 제도와 단속의지는 사라졌다.

대전시에서는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 모바일 앱을 이용한 장애인주차구역 불법주차단속신고를 모아 신고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려 하고 있는데, 법을 지키지 않아야 편한 비장애인들에 의해 슬그머니 단속제도를 부실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불법주차단속 차량의 장애인주차구역 불법주차에 대하여 청주시에서 즉시 사과를 하였다고 하지만, 이는 여론을 사전에 막기 위한 진화작업이지,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를 한 것에 대한 반성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효과는 있을 것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부딪치지 않아야 한다는 거리감을 가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외국의 강력한 준법정신은 단기적으로는 이해와 소통이 아니라 갈등과 기피현상이 일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식개선과 권리로 인정된다는 결과가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단체장이 권력을 왕처럼 누리려고 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그 아래에 있는 공무원들도 자신이 가진 작은 권력이나마 누리려고 하고 백성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는 것을 망각하게 된다.

백성의 평화와 안전, 복지를 위해 일하라고 주어진 권력을 자신의 편리함과 군림과 대접, 특혜, 지배력에 사용한다면 그 사회는 맑은 사회가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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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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