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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대책 논해야할 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6-14 09:30:44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많은 교통약자들은 보행 중에 위험을 소리를 통해 감지한다. 특히 눈으로 사물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주변 소음을 통해 감지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최근 유행하는 전기차와 관련하여 전세계 시각장애인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실제 필자가 본 칼럼을 통해 관련 내용을 소개한 적도 있지만 오늘은 구체적으로 저소음 차량과 시각장애인 등의 보행 안전에 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전기차량과 같이 엔진 내부의 연소반응을 통해 차체를 움직이는 동력을 조달하지 않는 차량의 개발이 한참이다.

완전히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도 있지만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차량과 전기 차량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Hybrid) 차량도 있다.

전기 차량과 내연기관의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시속 약 30킬로미터 이하의 저속으로 주행하거나 정차된 상태에 있을 때 내연기관을 정지시키고 전기 엔진을 가동시켜 극소량의 소음만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이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보행 중 위험을 유발한다.

시각장애인, 어린이, 노인 등은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감각을 동원한다.

특히 노령층과 시각장애인은 시력이라는 절대적인 감각의 활용성이 낮다. 어린이의 경우에도 놀이나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경우 시각의 활용이 극도로 제한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때 청각은 주변 환경의 변화를 알려 주는 중요한 감각으로 작용한다.

실제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의하면 시각장애인이 저속으로 주행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접근을 최초로 인지하는 거리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그것에 비해 3분지 1에 그쳤다.

또한 일정한 거리를 떨어져 운행하는 차량의 주행 방향을 소리를 통해 인지하는 능력은 현저히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떨어졌는데 동일한 거리의 내연기관 차량으로 실험했을 때, 시각장애인들은 쉽게 차량의 이동 방향을 인지할 수 있었고 자신이 어디로 피할지를 판단했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주행 방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러한 탓에 자신이 어디로 피해야 할지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다.

이상의 실험 결과를 통해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시각장애인하이브리드 차량 등 전기를 이용하는 차량의 저소음 문제가 시각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의 보행 안전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시각장애인연맹 (NFB)는 시각장애인 등의 보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차량의 최소 소음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수년 간 주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최근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국은 하이브리드 차량 등의 최소 소음 기준을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러한 노력은 일본에서도 200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정부 차원에서 나서 자동차 생산 업체들의 소음 기준 마련을 위한 권고를 시작으로 시각장애인 등의 보행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현재 일본 국내에서 관련 규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별 국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국제적인 최소 소음 기준 마련을 위한 노력도 전개되었는데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는 관련 권고안을 유엔에 제안한 상태이며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유럽연합도 이에 앞서 각 회원국이 국내법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 차량의 최소 소음 기준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자국 내에 자동차 브랜드를 가진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은 세계 5위 규모의 자동차 생산국이며 일찍이 전기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개발에도 뛰어든 자동차 선진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저소음 문제를 사회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업계나 정부의 무관심 속에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은 잠재적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확률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독립 보행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흰지팡이를 이용하여 독립 보행을 교육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시각장애인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울시내 지하철 역사에는 스크린 도어가 플랫폼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 역시 시각장애인 등의 지하철 이용 안전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설치하기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시각장애인들이 독립보행하는 사례도 많고 국가의 시책들이 대중교통수단을 장애인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될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 차량의 저소음 문제를 인식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 독립보행환경에서 가장 주목할 것이 이면도로나 소방도로에서의 보행이다. 실제 이들 도로의 경우 보행자를 위한 보행통로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큰 길가를 벗어난 주택가 이면도로의 경우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동차의 이동을 소리로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도로의 소음이 일정 부분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보행환경에서 지나치게 낮은 자동차 소음은 차량의 접근이나 정차 사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없어 시각장애인이 차량을 향해 다가서는 일도 흔히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인도와 도로의 구분이 불분명한 주택가 도로나 이면도로의 보행 안전 확보를 위해서라도 하이브리드 차량 등의 저소음 차량에 현실적 소음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할 수 있다.

끝으로 전기 차량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소음 기준 마련은 이미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잡고 있으며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국내법규로 이러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국제적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발맞추어 우리도 서둘러 안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만 수출용 차량과 내수용 차량의 차별을 막을 수 있으며 국내 시각장애인 등 보행약자들의 보행 안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폐쇄회로자막을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 수출용에는 장착된 기능이 국내에서 팔리는 동일 제품에 부탁되지 않고 있는 현실. 이 현실을 자동차에까지 이어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저소음 자동차에 소음을 발생시킬 것인가? 현재까지 제안된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러나 많은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음을 유발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데시벨을 중심으로 일정량 이상의 소음을 요구한다. 그러나 각종 실험을 통해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은 기존 차량에서 유발되는 소음과 유사한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가? 주장한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그러한 차량들이 유발하는 소음을 잘 인지할 수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지금까지 제안된 소음 유발 방식 중 첫 번째 방식은 소음 유발 장치를 별도로 부착하는 방식이다. 주로 앞바퀴 부분에 부착해서 좌회전하면 왼쪽 바퀴에서 소리를 내고 우회전을 하면 오른쪽 바퀴에서 소리를 내는 식이다.

물론 전진이나 후진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소리를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별도의 센서나 소음 유발기의 부착으로 비용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음으로 제안된 방식이 차량 자체에서 어떤 소음을 유발하도록 하자는 방식이다. 아예 차량에서 자체 소음을 만들 것이라면 인식하기 좋은 기존 자동차 소음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개별 자동차 회사마다 생각이 서로 상이하여 일괄적인 하나의 방식이 주장되고 있지는 않다. 어느 방식이든 사람들이 차량의 접근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문제는 소음의 정도와 소리의 종류이다.

아직 누구도 소리의 종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적다. 저소음 차량의 위험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차량에서 “삐”하는 소리를 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필자 생각에는 이 문제 역시 생각해볼 사항이라고 여긴다.

이는 무심코 들려오는 소리가 자동차 소음이라고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어야만 차량의 저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전기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저소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음악 소리나 단순한 멜로디 소리를 사용할 경우 보통 사람들이 이 소리를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라고 인식할 수 있을까? 또 자동차 회사들이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소음 유발 장치를 켜고 끌 수 있도록 할 경우 보행자안전을 위해 소음 유발 장치를 항상 켠 상태로 다닐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항상 소리를 내도록 할 경우 전기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그러한 소음이 유발될 것이고 이는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하고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보급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지금 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침묵만 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계, 정부, 장애인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가장 좋은 해결책을 미리 찾고, 찾아낼 해결책이 향후 본격화될 자동차 생산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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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하성준 (pigha19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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